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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미국 메이저리그는 1876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14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동안 메이저리그를 거쳐간 수많은 감독 가운데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지도자는 딱 22명이다. 가장 최근이 2014년 토니 라루사, 보비 콕스, 조 토리 감독이다. 감독은 미국야구기자단(BBWAA)이 아닌 원로위원회에서 뽑는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최고령 명예의 전당 회원 토미 라소다 LA 다저스 전 감독이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라소다 전 감독은 21년 동안 다저스 감독을 역임했다. 1996년 건강상 이유로 다저스 지휘봉을 놓은 뒤 이듬해 1997년 명전 회원이 됐다. 미국의 주류 방송은 브레이킹 뉴스로 라소다 전 감독의 타계를 보도하며 추모 방송으로 꾸몄다.
MLB는 지난 12개월 동안 라소다 전 감독을 비롯해 8명의 명전 레전더리들을 잃었다. 300승 투수 톰 시버, 강속구의 봅 깁슨, 뉴욕 양키스의 상징 좌완 화이티 포드, 너클볼러 필 니크로, 2루수 조 모건, ‘미스터 타이거’ 앨 캘라인, 도루왕 루 브록 등이다. 고령이기는 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맞물려 세상을 떠나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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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소다 전 감독의 타계 소식은 앞의 7명 명전 회원들보다 훨씬 비중 크게 다뤘다. 영원한 다저스맨, 전 명전 감독 뿐 아니라 야구대사로서의 역할이 지대했기 때문일 터이다. 아울러 한 팀에서 71년 동안 몸담았다는 점이 부각될 수 밖에 없었다. 스카우트로 시작해 코치, 감독, 프런트맨 등 오로지 다저스였다. ‘보이스 오브 다저스’로 통하는 빈 스컬리(93) 캐스터도 1950년 브루클린에서 시작해 2016년 LA로 마감하며 67년 다저스 중계를 했다.
라소다는 “내가 죽으면 파란색의 다저블루 피가 흐를 것이고, 하늘에 있는 큰 Dodger에게 갈 것이다”며 영원한 다저스맨임을 선언했다. 그가 남긴 어록도 숱하게 많다. 때로는 상대 팀을 자극하는 ‘트래시 토크’로 팬들을 적으로 돌려 세우기도 했다.
22명의 명전 감독 가운데 라소다 감독만큼 화려하고 정열적이었던 지도자는 드물다. 기자들을 몰고다니는 미디어 프렌들리이기도 했다. 다저스 프랜차이즈가 할리우드를 안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라는 점도 영향을 줬을 터다. 미국의 국민가수였던 프랭크 시나트라는 다저스타디움에서 국가를 불렀던 다저스팬이다. 라소다와는 절친한 사이였다. 클럽하우스 감독 방에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로 벽을 가득 메웠다.
1990년대 중반 한국팬들에게는 박찬호, 일본팬들에게는 노모 히데오의 양아버지로 통해 친근감을 느꼈다. 한국, 일본의 다저스팬은 이 때부터 형성된 것이다.
1981년, 1988년 2차례 월드시리즈 우승, 2000년 시드니올림픽 금메달 등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특히 1988년 일궈낸 우승은 언더독에서 이룬 값진 쾌거였다. 오클랜드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다리 부상의 커크 깁슨을 대타로 기용해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이끈 장면은 MLB 역사로 남아 있다.
다저스타디움에 가면 늘 백스톱 뒤 좌석에서 관전했던 그의 모습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다저스 아이콘 라소다 전 감독의 명복을 빈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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