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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관련 언급은 되도록 안하려고 한다.”
분쟁이 발생했지만 당사자는 가급적 조용히 진행하려고 한다. 대립각을 세워봐야 서로에게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KBO리그에서 8년 만의 연봉조정신청을 한 KT와 주권(26) 얘기다. 주권은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신청을 했다. 지난해 홀드왕(31홀드)에 오르는 등 팀 내 연봉고과 1위였는데, 7000만원 인상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주권은 구단에 지난해보다 1억원 이상된 2억 5000만원을 달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단측도 선수측도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신청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구단은 선수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고, 선수는 지난해 활약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각자 입장에서야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겠지만, 서로를 자극해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입장표명 자제로 이어진 모양새다.
이번 쟁점의 핵심은 연봉조정신청 제도가 유효하느냐다. 이전에 연봉조정위원회가 개최된 것은 1984년 당시 해태 강만식과 MBC 이원국이 한 이후 20번 있었는데, 2002년 LG 류지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패했다. 이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따르는 근거로 작용한다. 메이저리그가 1972년 연봉조정신청 제도를 도입 이래 577차례 열린 조정위원회에서 선수가 승리한 사례가 252번(43.67%)이라는 점을 들어 KBO리그는 제도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이전트 제도가 2018년 도입됐고, 메이저리그선수노조 처럼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리그 사무국 혹은 구단과 협상하는 조직이 약하다는 것도 영향이 있다. 구단의 연봉 고과 시스템은 갈수록 체계화, 세밀화하는 추세인데, 연봉 재계약 당사자인 선수들은 이 시스템을 분석해 자신이 생각하는 연봉 산출 근거를 마련할 여력이 없다. 홈런 수나 홀드 수 등 정량지표에 근거해 타구단과 비교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2위팀에서 홈런 20개를 친 5년차 선수가 10위 팀에서 홈런 20개를 때려낸 5년차 선수보다 연봉을 적게 받았다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구단에서는 팀 마다 고과 산정 시스템과 예산규모 등이 다르기 때문에 타 구단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또 똑같이 홈런 20개를 때려냈더라도 각 홈런이 팀 승리에 미친 영향에 따라 배점이 달라 획일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만약 20홈런 중 끝내기 홈런이 6개가 포함돼 있다면 더 높은 가산점을 받는 식이라는 의미다. 선수들이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아 통보를 받는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논텐더 발표 이후 연봉조정자격 선수를 곧바로 공시한 뒤 공식 연봉 요청 액수를 사무국과 선수노조를 통해 서로 교환(Exchange date)한다. 이후 짧게는 20일에서 길게는 한 달 가량 연봉 협상을 하고, 합의하지 못한 선수들은 연봉조정 청문회의 조정을 받는 구조다. 협상 시간은 물론, 준비 기간도 길기 때문에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으로 연봉 조정이 이뤄진다. 주권의 연봉조정신청 결과와 별개로, KBO리그의 연종조정시스템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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