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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히어로즈발 엑소더스는 현실화 될 것인가. 1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허홍 대표이사 내정자의 취임 승인이 나면 분위기 쇄신에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육성에 자신감을 보이는 구단이지만, 자칫 기둥뿌리가 모두 뽑힐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구단 수뇌부가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큰 잡음 없이 연봉 신청을 마무리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서건창은 자진해서 연봉 9500만원을 더 깎았다. 구단측은 “FA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삭감폭을 최소화했는데, 선수의 요구가 강했다”고 밝혔다. 키움 김치현 단장의 말처럼 FA 등급제를 고려한 선택일 수도 있다. 최대 연봉 300%를 보존해줘야 하는 A등급 대상자였던 서건창은 2억 2500만원에 계약을 맺어 최대 연봉 200%를 지급하는 B등급으로 낮아지게 됐다. 박병호(15억원) 이정후(5억 5000만원) 조상우(3억 3000만원) 등 서건창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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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대목은 올시즌 후 FA 권리를 취득하는 박병호는 5억원이 깎였고, 한현희는 동결했다는 점이다. 박병호는 35세가 지난 시점이라 FA 신청을 해도 그를 영입하려는 팀은 연봉 150%만 보상하면 된다. 보상금 22억 5000만원이면 한시즌 40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현희 역시 잠수함 투수이면서 선발과 불펜으로 두루 가용할 수 있다. 지난해 7승 9패 평균자책점 4.98로 다소 부진했다더라도 검증된 희소자원인데다 20대라는 강점이 있다. 마운드 보강을 노리는 팀은 충분히 노려볼만 한 자원이다.
공교롭다. 올해 유격수 김하성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주전 유격수가 팀을 빠져나갔는데, 시즌 후에는 4번타자 박병호, 리드오프 서건창, 잠수함 한현희가 모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FA 자격을 얻은 베테랑 불펜 투수 김상수가 사인 앤드 트레이드 형태로 SK로 이적했다. SK 유니폼을 입은 김상수의 미소에는 진심이 느껴졌다.
물론 구단측은 “박병호나 서건창, 한현희는 팀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FA 자격을 얻더라도 최선을 다해 잔류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어디까지나 구단의 공식 입장일뿐이다. KBO리그에서 FA는 선수가 구단을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다. 특히 히어로즈는 주축으로 자리를 잡은 선수들의 이탈이 잦은 편이다. 구단에 대한 선수들의 충성도가 다른 팀에 비해 약하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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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다. 히어로즈는 창단 직후 장원삼을 시작으로 이현승 황재균 이택근 송신영 등을 현금트레이드 했다. 이 과정에 경영진이 뒷돈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 돼 홍역을 앓았다. ‘절대 트레이드 불가’라고 강조한 강정호와 박병호는 포스팅 자격을 얻자마자 전열에서 이탈했다. 건실함의 상징이던 유한준조차 FA 자격을 얻은 뒤 KT에 둥지를 틀었다.
모그룹의 지원 없이 독자 생존을 해야하는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수 순환도 경영행위의 일환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천정부지로 몸값이 올라간 선수들을 무턱대고 잡을 수도 없다. 실제 메이저리그 스몰마켓팀들도 유망주를 키워서 성적을 낸 뒤엔 거액 FA가 되기 직전 유망주로 갈아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경영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끊임없는 경영진의 분쟁과 도덕적 해이로 인해 사고뭉치 구단으로 전락했다. 선수단 입에서 “창피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운영을 했다. 포스팅이나 FA 권리를 취득하면 약속한 것처럼 팀을 떠나는 게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 이유다.
지난 연말 허민 의장과 대립각을 세운 이택근은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하기 때문에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일이 있어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구단이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느끼지 못하고 선수들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향후 구단을 향한 선수들의 성토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건창의 연봉 자진삭감이 엑소더스의 신호탄으로 읽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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