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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U리그 당시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기 모습.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새 사령탑을 사실상 내정해놓고 공모를 왜 하느냐. 고려대 명예를 더럽혔다.”

사학 명문 고려대 축구부가 발칵 뒤집어졌다. OB 축구인이 중심이 돼 최근 공개 모집으로 시행한 감독 선임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고 반발하며 정진택 총장의 해명과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다수 고려대 OB 축구인과 대학 축구 관계자는 16일 스포츠서울에 “축구부 새 감독 선임 과정에서 특정인을 사실상 내정해두고 공모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진택 총장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구부를 비롯해 고려대 5개 운동부 운영은 체육위원회가 전적으로 도맡고 있다. 감독 선임 등 운동부 내 인사도 체육위원장 주도로 진행한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고려대는 공모를 거쳐 대학 축구계에 잔뼈가 굵은 지도자 A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우선 코치서부터 감독까지 10년 넘게 고려대 벤치를 지킨 서동원 감독에게 갑작스럽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이후 체육위원장이 A감독을 내정했으면서도 절차상 이유로 공모를 진행했고, 이를 모르고 감독직에 지원한 고려대 출신 B감독이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B감독은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K리그 사령탑을 지낸 인물로 알려졌다. 한 OB 축구인은 “B감독이 면접관으로부터 ‘대학 축구를 해보지 않았는데 잘 할 수 있겠냐’ 등 회의적인 질문만 받았다더라. 프로 감독을 한 지도자에게 대학 축구를 이끌 자격이 있겠느냐는 식으로 질문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축구인은 “A감독이 나쁜 지도자라는 게 아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경력 등을 고려해도 B감독이 앞서면 앞섰지 밀릴 게 없는데 이미 정해진 것처럼 면접 분위기가 조성됐다더라. 요즘 시대에 안 되는 채용 비리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본지는 감독 선임 권한을 지닌 체육위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남겨 추후 연락을 요청했지만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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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DB

1990년대 국가대표 출신으로 현재 개인 사업을 하는 노정윤 씨가 OB 멤버를 대표해 최근 정 총장에게 감독 선임 의혹과 관련해 탄원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서울이 입수한 탄원서에 따르면 노 씨는 ‘체육위원장이 타 대학 축구부를 이끌던 A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독 채용에 지원하라고 했다’면서 ‘타 대학에서 정규직 신분인 A감독에게 자신이 2022년까지 위원장이니 다음 해인 2023년까지 임기를 보장하고, 보수 외에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얘기를 했다더라’고 언급했다. 또 ‘이런 내용을 OB 회장에게 전했으며, 이후 여러 OB에게 알려져 분개하고 있다. 고려대 5개부 전통과 명예에 흠집이 생기는 중대한 사안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총장님과 학교의 결단을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육위원장은 권력 남용에 월권, 채용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위법한 사안이 있다면 관련자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내부 조사에 들어갈 것을 암시했다.

한편, 이번 채용비리와 관련해 OB 일부 멤버들은 한날한시 총장실에 집결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조민국 OB 축구회장은 사임 의사를 밝히고 이번 사태를 밝히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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