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힘찬병원 한정인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강북힘찬병원 한정인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제공|힘찬병원

[스포츠서울] 지방에 사는 80세 고령의 여자 환자가 5시간이나 차를 타고 내원했다. 환자 분은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프고 양쪽 엉덩이에 통증이 심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 동안 동네 병원에서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다 해봤어요. 다 소용 없었어요. 계속 아파 다른 병원에 갔더니 검사하고 수술해야 한다고 했어요. 수술받기는 무서워 시술로 치료할 수 있을까 싶어 왔어요”

요즘에는 의학이 발달해 고령이라고 수술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환자는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지병이 있다 보니 수술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 했다. 실제로 오랫동안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을 안고 사는 고령의 환자일 경우 내과와 협진을 통해 좀 더 세심하게 수술을 준비하고 해야 한다.

MRI 영상을 확인해보니 요추 3번부터 5번까지 이어지는 척추관이 많이 좁아진 척추관 협착증이었다. 게다가 요추 4번과 5번은 척추뼈가 앞으로 밀린 전방전위증까지 동반된 상태였다. 꽤 상태가 심각했지만 환자분이 수술이 아닌 시술을 받고 싶어했다.

디스크가 파열되거나 척추관 협착증이 오래 지속되면 척추구조물에 염증이 생겨 신경이 붓고 충혈된다. 이러한 염증 상태를 오래 방치하면 척추관과 척추를 둘러싼 튼튼하고 질긴 경막 사이의 공간(경막 외 공간)에 섬유화와 유착이 발생한다.

신경에 염증이 생긴 초기에는 약물요법이나 운동요법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경막 외 공간이 유착된 경우에는 효과가 미미하다. 일반적으로 신경뿌리가 손상된 신경근병증에는 신경차단술 주사 치료가 효과가 좋다. 신경차단술은 염증을 일으킨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해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시술인데, 이 또한 염증이 너무 심해 신경이 유착된 상태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유착이 심하면 일반 신경주사로는 약물을 주사해도 잘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경 유착이 심하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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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카테터로 좁아진 척추관을 뚫고 넓히는 신경성형술을 시행하는 모습. 제공|힘찬병원

환자처럼 고령이어서 수술이 부담스러운 경우라면 신경성형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신경성형술은 국소 마취한 후 특수한 카테터를 삽입해 유착된 부분을 제거하고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치료하는 시술이다. 최근에는 카테터 끝에 풍선을 달아서 유착부위와 척수 신경이 빠져나가는 구멍인 신경공의 좁아진 부위를 확장하고, 약물을 주입하는 풍선확장 신경성형술이 시행되고 있다.

환자는 풍선확장 신경성형술을 받았다. 다행히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시술 후 환자는 허리와 엉덩이 통증이 많이 가벼워졌다며 만족했다. 환자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령의 환자에게 신경성형술은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시술이다.

최근 고령의 요추 척추관 협착증 환자에게 신경성형술 시행한 결과 시술 후 12개월이 지났을 때 환자 중 82.6%에서 증상이 호전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신경성형술이 척추관 협착증 환자가 수술을 하기 전에 시도해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비수술적 치료 방법임을 입증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강북힘찬병원 한정인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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