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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SK텔레콤과 이마트는 프로야구와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시작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25일 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핵심 관계자는 물론 SK 김원형 신임감독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와이번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SK텔레콤 PR팀 원종록 팀장은 이날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SK텔레콤과 신세계 그룹 이마트는 프로야구와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사실상 매각 협상 중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이라는 게 중간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매각 확정이라는 말씀은 못드리겠다. 금명간에 합의가 이뤄지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마트 공재훈 홍보팀장도 SK 텔레콤 측과 똑같은 말을했다. 양측이 말을 맞춘 것을 보면 갑작스레 매각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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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팀장은 “확실한 것은 경영상의 이유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마트 측과 스포츠의 전반적인 발전 방향에 대해 뜻을 같이 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와이번스 측과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농구나 e스포츠 등 타 그룹이 운영하는 타 스포츠단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스포츠 지형도에서 프로야구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 와이번스 류선규 단장은 “구단 차원에서 할 얘기는 없다. SK 텔레콤에서 컨트롤 하는 사안”이라며 입을 닫았다.
양쪽 그룹과 당사자인 구단이 모두 입을 닫은 것을 보면,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매각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신세계 그룹은 최근까지 히어로즈 등과 인수 협상을 벌였지만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이전부터 야구단 운영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스타필드 하남을 개장하면서 “앞으로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프로야구 관중의 주축을 이루는 20~30대 관객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포인트 발굴에 열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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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이라는 플랫폼에 이른바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접목해 유통업계에 새 지평을 열고, 스포츠산업화로 이어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MZ세대는 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로 이른바 ‘탕진족’ ‘플렉스’ ‘소확행’ 등 의사 표현이 뚜렷하고 소비 패턴도 개인화 돼 있다.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은 야구팬 특성을 고려하면 MZ세대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중들의 연령대에 브랜드 노출효과를 더하면, 단순노출효과로도 부르는 무의식적 점화자극은 유통업체의 마케팅 킬러 콘텐츠이기도 하다. 코로나 확산으로 빠진 유통 위기를 ‘흑사병 이후 꽃핀 르네상스 시대’처럼 야구단을 발판으로 기회로 재창출하려는 사업 수완이 읽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국내 최초로 ‘바비큐존’을 제안해 야구장 마케팅 성공 모델로 이름을 알렸고, 이마트 프렌들리존, 이마트 브랜드룸 등을 조성해 야구단에 대한 관심과 사업 모델로써 성공 가능성을 타진했다. 고전적인 유통의 개념에서 벗어나 체험과 놀이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개발로 유통 혁신을 이끌겠다는 정 부회장의 철학이 구단 인수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높다. 신세계그룹은 경기도 화성에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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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스 주인이 SK에서 신세계그룹으로 넘어간다면 몸값이 얼마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협의 중인 만큼 인수 방식과 가격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삼성 라이온즈 지분 14.5%를 보유하고 있다. 와이번스 인수를 마치면 라이온즈 지분을 청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건은 몸값이다. 지난해 두산그룹 채권단이 야구단 베어스 적정가를 2000억원으로 책정한 점을 고려하면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2000년 3월 쌍방울을 인수해 재창단 형태로 KBO리그에 뛰어든 SK는 2007년과 2008년 2010년 2018년 등 네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2000년대 후반 ‘왕조’로 군림했다. 지난해 9위로 추락했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민경삼 대표이사, 류선규 단장, 김원형 감독 등 프런트와 현장 수장을 모두 새얼굴로 바꾸고 프리에이전트(FA) 최주환을 영입하는 등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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