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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에이…. 또 왜그러세요.”
구단이 다른 그룹에 매각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하자 SK 핵심 관계자가 한 첫 마디다. 스프링캠프 준비를 위해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하게 일하던 구단이 소위 발칵 뒤집어졌다. 소식이 외부로 알려진 직후 SK 류선규 단장은 “구단 차원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SK텔레콤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려드는 전화에 정신이 없는 듯 한 목소리였다. 민경삼 대표이사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떤 형태로든 얘기를 하다보면 불필요한 정보가 나갈 수밖에 없어 “모른다”는 뻔한 변명을 하는 것도 못할 일이지 싶었다.
SK텔레콤과 신세계그룹은 25일 오후 “양사는 프로야구와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 중인 사안이라 현 단계에서는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입을 맞췄다. 구단 수뇌부가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힌 것은 그룹의 언질이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날 인지를 했든 이보다 일찍 알았든 프런트와 현장에 공유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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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운영 구상에 여념없던 SK 김원형 감독은 “(구단 매각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갑자기 그럴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SK그룹이 재정난에 빠진 것도 아니고, 지난해 9위에 머물렀지만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을 모두 교체하며 쇄신을 다짐한 터라 더 의아한 표정이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최주환을 영입했고, 최근까지도 트레이드를 위해 여러 구단과 활발히 물밑접촉도 했다. 누가 봐도 명예 회복에 사활을 건 듯한 스탠스로 보였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전지훈련으로 한 달 이상 집을 비워야 하는 가장들은 포그한 날씨를 핑계삼아 대청소 등으로 캠프 대비를 하기도 한다. 모 코치는 “청소하던 중에 아내가 기사를 보고 ‘구단이 이마트로 바뀌는 것이냐’고 묻더라. 이마트에 물건사러 갈 일있나 싶었다. 장난치지 말라고 얘기했더니 기사를 보여주더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다른 코치는 “모그룹이 바뀌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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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야 큰 변동 없겠지만, 구단 수뇌부는 가시방석일 수밖에 없다. 모그룹이 바뀌는데 구단 수뇌부를 그대로 두는 것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KBO리그 전문가인 민 대표와 류 단장을 대체할만 한 인사를 단기간에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SK텔레콤과 신세계 그룹은 구단 수뇌부 인사 등을 포함한 세부 조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늘(26일) 구단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인수위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창단 7년 만에 ‘왕조’로 떠오른 인천야구의 명가 SK가 21년의 발자취를 남기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평온한 오후에 한 바탕 광풍을 온몸으로 맞은 ‘구단 식구’들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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