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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과거 필자가 좋아했던 도종환 작가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의 일부다. 주변을 가만히 살펴봐도 많은 것들이 흔들리면서 성장하고 나아간다. 물 위를 떠다니는 낭만 가득한 나룻배가 그렇고,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도 그렇다. 모두 좌우 양쪽에 의지해 흔들리면서 나아간다. 그런데 척추 질환은 다르다. 우리 몸을 지탱해주어야 하는 척추가 흔들리면 허리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척추는 흔들리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몇 개월 전 78세 여자 환자분이 허리 통증과 양쪽 다리가 저리다며 내원했다. 시골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분인데, 병원에 오기 2주 전에 계단에서 주저앉아 허리를 다친 후 통증이 악화됐다고 했다. 자세히 물어보니 허리를 다치기 수년 전부터 허리가 아프고, 통증이 다리까지 뻗쳐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그동안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 상으로 척추뼈가 휘어있다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고 한다. 약물과 물리치료로 허리통증을 관리하다 부상으로 통증이 악화된 경우였다.
MRI 정밀검사 결과 급성 압박골절과 퇴행성 전방전위증이 관찰됐다. 척추는 척추뼈, 인대, 근육이 서로 단단하게 붙잡아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이 모든 것들이 약해지면서 척추가 흔들린다. 이러한 상태를 척추불안증이라 한다. 이 환자의 경우 오래 전에 발생한 척추불안증을 방치해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 어긋나는 전방전위증으로 진행한 것으로 판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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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보호자에게 사진을 보여드리며 압박골절과 전방전위증을 같이 치료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드렸다. 수년간 다리 통증이 심했던 터라 흔쾌히 치료에 동의하셔서 압박골절에 대한 시멘트 시술과 전방전위증에 대한 척추 고정술을 시행했다. 퇴원하고 2주 후에 통원치료를 받으러 내원했는데, “다리가 저리지 않는 이런 세상이 있었네”라며 하며 기뻐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척추불안정은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적 나이가 많을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세월에 따른 척추의 과부하도 원인이 되겠지만, 나이에 비례하여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근육이 약해지면 척추 관절과 디스크에 과부하가 걸리고, 척추의 퇴행성변화가 악화되면서 척추가 더욱 불안정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척추 마디가 불안정해지면 위, 아래 척추뼈에도 퇴행성 변화가 촉진돼 허리 통증을 악화한다. 이런 상태에서 수술하면 불안정해진 척추마디가 많아 치료범위가 넓어져 수술 결과도 흡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초기에 척추불안정을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척추불안증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하면 척추가 노화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척추의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당연히 허리가 불안정해지고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나훈아가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고 물은 것처럼 ‘내 허리가 왜 이리 불안해?’라고 물어보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볼 일이다.
<창원힘찬병원 이성운 원장(신경외과 전문의)>기사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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