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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그동안 척추외과 의사로서 만나온 환자의 대다수는 60대 이상이었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한 동료의사가 아기 때 만난 환자가 성인이 되어 더 이상 찾지 않게 되는 걸 ‘졸업’한다고 표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순간 부러웠다. 척추외과 환자도 졸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척추는 나이가 들수록, 허리를 많이 쓸수록 닳아 없어지고 약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졸업’이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한 병원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완치 후 퇴원했던 환자가 10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오랜만에 만나면 반갑고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게 잠시나마 즐겁기도 하지만 마음 한쪽은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허리가 아파 고생하는 것은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이면서도 나 역시 머지않아 겪게 될 운명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허리 고치고 몇 년 안 썼는데 왜 또 고장이 난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어르신도 많다. 기껏 시술이나 수술을 받고 좋아졌는데 또다시 아프면 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척추질환은 대부분 나이가 들어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고, 퇴행성 질환의 특성상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더뎌진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세포가 다시 젊어지지 않고서는 완전한 치료가 되기 어렵다.
흐르는 세월을 잡을 수 없듯이 척추의 노화도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잘 관리하면 척추의 노화속도를 최대한 늦춰 나이보다 젊은 척추를 유지할 수 있다.
척추 관리의 핵심은 운동이다. 허리에 무리가 가는 자세와 잘못된 생활습관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척추의 약해지는 연골과 인대들을 더 이상 손상 없이 잘 가져가려면 운동으로 근육을 키워야 한다. 근육이 탄탄해야 연골과 인대들을 잘 붙잡아주어 손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운동하면 ‘걷기’만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체지방을 태우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에 척추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걷기 운동만으로는 근육을 만들 수 없다. 허리 근력을 키워주는 적절한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척추의 젊음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척추가 늙고 병들어 허리가 이미 다 굽어지고 MRI 영상으로 보았을 때 근육 손실이 심해 얄팍한 근육만 보이면 너무 안타깝다.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그렇게까지 척추가 약해지면 운동하기도 쉽지 않고, 운동을 해도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만 타서 나가려는 젊은 나이의 요통환자를 만나면 다시 불러 앉히고, ‘바로 지금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길게 늘어놓게 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같은 양의 운동을 해도 근육이 생기는 양이 줄어드니 젊었을 때부터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물론 통증이 심할 때는 운동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신경차단술, 인대강화주사치료, 신경성형술 등의 시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아프지 않기 위해 병원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서는 안 된다. 요통을 없애 다시 운동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다.
퇴행성 질환인 척추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중요하다.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운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요통이 잘 치유되면 다시 운동량을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 나이가 드는 것은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척추 건강은 선택할 수 있다. 젊고 건강한 척추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면 나이불문하고 지금부터 당장 근력운동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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