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2020년 2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 배팅을 하고 있다, 애리조나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저도 이게 진짜가 맞나 싶습니다. 긴가민가하고 신기하네요.”

더할나위 없는 스토브리그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알차게 전력을 보강한 것은 물론 스프링캠프 기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초특급 선수를 데려왔다. 메이저리그(ML)를 정복한 추신수(39)가 신세계그룹 야구단 일렉트로스(가칭)와 연봉 27억원 계약을 맺었다.

신세계그룹은 23일 오후 SK 텔레콤과 SK 와이번스 야구단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추신수 영입을 발표했다. 2007년 4월 SK는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추신수를 선택했고 약 14년 후 추추트레인의 인천상륙이 성사됐다. 추신수 영입 발표 후 신세계 그룹은 구단명을 일렉트로스로 가정하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양도승인 신청서를 냈다. 그러면서 23일까지 구단 인수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마무리했다. KBO는 3월 이사회를 통해 신세계 일렉트로스 가입을 심의한 후 총회에서 일렉트로스의 KBO리그 진입을 최종 확정짓는다.

지난 22일 계약을 마친 추신수는 “신세계 그룹의 방향성과 정성이 결정에 큰 힘이 됐다. 가게 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입을 위해 노력해 주신 신세계 그룹과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야구 인생의 끝이 어디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팬분들께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은 꼭 드리고 싶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심전심이다. 구단 또한 설렘을 품은 채 추신수를 바라봤고 기다리고 있다. 류선규 단장은 “추신수 영입을 가슴 속에 품고는 있었지만 쉽게 꺼내지 못했다. 1월초 송재우 위원과 만나서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표명할 때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지난해 최하위권이었던 팀이 빅리그에서 굵직한 커리어를 남긴 선수를 데려온다고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며 “직접 만나니 예상보다 훨씬 호의적이었다. 더불어 신세계 그룹도 모티브가 됐다. 신세계 그룹과 MOU를 맺기로 한 후 협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주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작해 거의 한 번에 협상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추신수 영입으로 스토브리그 과제를 초과 달성했다. 류 단장은 “당초 우리가 계획한 것은 최주환 플러스 알파였다. 최주환 외에 FA 타자 한 명을 더 영입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오퍼까지는 못했으나 최하위권이었던 좌익수와 지명타자 공격력에 보강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최형우 혹은 오재일 영입을 머릿속에 넣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는데 추신수라는 보다 굵직한 결과를 얻은 것이다. 류 단장은 “추신수 영입은 FA 효과 이상이다. 우리 팀에는 S급 선수, 게임체인저가 반드시 필요했다. 김현수와 양의지가 팀 전체를 바꿔놓지 않았나.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추신수는 팀을 바꿀 수 있는 선수다. 우리팀 공격력도 리그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팀 체질 변화도 기대하고 있다. 투지가 강한 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팀이 그린 첫 번째 그림은 2번 타자 추신수다. 류 단장은 “어제 김원형 감독에게만 따로 계약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감독께서는 추신수를 2번 좌익수로 배치하는 것을 생각하셨다”며 초특급 2번 타자 등장을 예고했다. 초안일 뿐이지만 최지훈~추신수~최정~제이미 로맥~최주환의 상위타선, 그리고 하위타선에 한유섬, 김강민, 이재원 등이 자리할 수 있다. 외야수 4명이 지명타자 한 자리를 번갈아 소화하는 이상적인 라인업 운용이 가능하다.

추신수
2020년 8월 13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추신수의 모습. 알링턴(텍사스) | USA투데이 연합뉴스

추신수는 지난 3년 동안 빅리그에서 OPS(출루율+장타율) 0.810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한 지난해에도 OPS 0.723을 올렸다.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타자들이 ML 로스터 마지막 자리에 위치하거나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추신수 영입은 그 어떠한 외부영입보다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비록 만 39세 베테랑 타자지만 빅리그 8개 구단에서 오퍼를 받을 정도로 여전히 타석에서 생산성을 인정받고 있다. 외야 수비 또한 리그 수준과 홈구장 외야 넓이를 고려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SK는 불과 3년전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팀홈런 584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모그룹이 바뀐 후 추신수 영입에 성공했고 다시 한 번 막강화력을 뽐낼 준비를 마쳤다. 토종 선발진도 수준급이다. 외국인 투수 듀오가 기대에 응답하고 불펜진 안정을 달성한다면 3년 전 그랬던 것처럼 시원한 홈런포를 앞세워 정상을 응시할 수 있다. “추신수가 우리팀에 온다니 지금도 진짜가 맞나 싶다. 긴가민가하고 신기하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류 단장의 시선 또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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