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힘찬병원 한정인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강북힘찬병원 한정인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제공|힘찬병원

[스포츠서울] 허리가 아파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는 골프를 즐기는 분들이 많다. 허리디스크나 협착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골프 사랑은 여전하다. 통증이 심할 때는 안 치다가도 치료를 받으면서 통증이 가라앉으면 꼭 묻는다.

“이제 골프를 쳐도 될까요?”

대기업 영업부장인 50대 후반 남자 환자는 더 열렬한 골프 마니아였다. 오래 전부터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던 분이었는데, 차라리 술을 끊으면 끊었지 골프는 못 끊겠다고 할 정도로 골프를 즐겼다. 나도 골프를 좋아해 환자의 마음을 이해 못할 것은 없다. 하지만 통증이 있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실외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 골프는 척추에 좋은 운동이라 하기는 어렵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허리를 약간 숙인 상태에서 팔을 휘둘러 공을 치는 운동이어서 허리에 무리를 준다. 허리를 약간 숙이고 퍼팅을 하는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2배, 스윙을 할 때는 8배의 힘이 가해진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또 한 방향으로만 허리를 비틀며 스윙을 하기 때문에 척추 근육의 균형이 깨져 요추염좌, 허리디스크 등 요추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골프 마니아인 50대 환자는 너무 부주의했다. 꾸준히 외래 진료를 받던 분이었는데, 지난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갈 즈음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진료 예약한 날이 아니었는데도 내원했다. 새벽에 골프를 치다 허리에서 뚝 소리가 나면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와 내원한 것이다. 골프장에 늦게 도착해 몸을 풀지도 못하고 바로 골프를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자료사진] 출처_아이클릭아트
골프 이미지. 출처|아이클릭아트

척추에 최대한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골프를 즐기려면 라운드를 나가 첫 티샷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으로 체온을 올려 근육과 관절의 가동범위를 넓혀주고 충분히 몸을 풀어야 한다. 첫 티샷 전에 준비운동과 몸 풀기가 안 되었다면 1~2홀 정도는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고, 무리하게 풀 스윙을 하는 것보다는 한 클럽 크게 잡고 3/4 정도로 부드럽게 스윙하는 것이 좋다. 또한 티를 꽂을 때, 퍼팅그린에서 볼 마크할 때 허리만 굽히지 말고 무릎을 굽혀 안정정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골프 가방도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바퀴가 있는 가방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연습장에서 연습을 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연습장에서는 정확한 자세를 익히기 위해 한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많은 횟수의 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라운드를 나갔을 때보다 부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 또 연습장 바닥이 콘크리트 위에 인조 잔디 매트를 깐 경우가 많아 찍어 치는 다운 블로샷이 손, 팔꿈치, 어깨뿐만이 아니라 허리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연습장에서의 부상을 줄이려면 볼을 많이 치기보다는 정확한 타격에 신경을 쓰며 무리한 꼬임보다는 관절 가동범위 안에서 정확한 자세를 익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골프를 하고 난 뒤 허리 통증이 발생하면 직후에는 냉찜질을 하며 3일에서 1주일 정도 안정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하지만 다리로 내려가는 방사통이 동반되거나 2주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

certai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