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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제 동기들 다 짐승이잖아요.”
SK 김강민(39)이 활짝 웃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맏형에서 KBO리그 루키로 변신하는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가 “(김)강민이한테 많이 배우고 의지할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불혹을 앞두고 동기들의 잇단 은퇴로 “아쉽다”고 어두운 표정을 짓던 베테랑이 친구의 등장을 반길 수밖에 없다.
김강민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01년 신인 2차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8순위 투수로 입단해 2년차(2002년)부터 야수로 전향, 올해 20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황금세대로 불린 프로야구 출범둥이(1982년생)들 가운데 가장 꾸준히 원클럽맨으로 입지를 굳힌 인물이기도 하다. 소위 92학번(박찬호 등 1973년생)과 ‘용띠클럽’(이승엽 등 1976년생)에 이어 KBO리그 부흥을 이끈 출범둥이들은 어느덧 하나 둘 은퇴를 했다. 지난해 정근우(LG) 정상호(두산) 등이 은퇴했고, 원조 ‘출루머신’ 김태균도 KBSN 해설위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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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보이 이대호(롯데)와 돌부처 오승환(삼성) 정도가 김강민과 함께 주전으로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프랜차이즈 스타들인데, 여기에 추신수가 가세했다. 김강민은 “어릴 때 얘기를 하면 끝이 없다”면서도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친구들은 한결같이 짐승남”이라고 말했다. 짐승은 김강민의 별칭인데, 타구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나, 강한 어깨로 보살을 완성하는 모습을 본 팬들이 지어줬다. 리그 전체에서도 최선참 대열에 합류했지만, ‘중견수 김강민’은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수비 능력만으로도 아직 몇 년은 더 뛸 수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런 얘기를 들은 김강민이 손사래를 치며 한 말이 “친구들 모두 짐승”이었다. 실제로 이대호나 오승환 모두 전성기를 무색케할 정도의 타격과 투구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대호는 영원한 롯데의 4번타자로, 오승환은 부동의 마무리 투수로 건재하다. 하지만 이름 뒤에 붙은 숫자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은퇴를 고려해야 할 나이가 됐고, 실제로 이대호는 롯데 우승을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옵션에 포함하며 “우승한 번 하고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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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생들이 줄어들면 소위 기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KBO리그는 1987년생들을 중심으로 1990년생들이 뒤를 받치는 구도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인데, 때문에 1982년 생들에 대한 주목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추신수의 가세는 꺼져가던 1982년생의 마지막 불꽃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 김원형 감독은 추신수를 2번타자 좌익수로 배치할 구상을 하고 있는데, 김강민이 리드오프로 나서면 최고령 테이블세터라는 또 하나의 진기록을 쓰게 된다.
스타기근에 시달리던 KBO리그가 추신수의 가세로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베테랑이 각광 받는 신세계가 열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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