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다연 이은혜
서울 중앙여고 출신 선후배 사이인 이은혜(왼쪽)와 백다연. 국내 여자테니스 기대주인 둘은 전혀 다른 경기스타일이지만 올해부터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최강’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경무 전문기자

[고양=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꽃이 피어나는 봄날, 새 시즌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겨우내 다져왔던 기량을 이제 한껏 뽐내야 할 때다.

한국 여자테니스 기대주 백다연(19)과 이은혜(21). 둘은 나란히 국내 테니스명문 서울 중앙여중고 출신으로 2년 터울의 선후배 사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같은 팀(NH농협은행 여자테니스단)에서 한솥밥을 먹고 훈련을 같이 하며 세계적 스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백다연은 지난해 국내 최고 권위의 전국주니어테니스대회인 ‘장호 홍종문배’ 여자단식 4연패 쾌거를 달성하는 등 여고 최강이었으며, 지난 1월 팀에 합류했다.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농협대학교 내 팀훈련 코트에서 만난 둘은 고교 선후배 사이여서 그런지 ‘절친’처럼 다정하게 훈련을 하는 모습이었다. 팀 선배 최지희-정영원과 복식 연습경기를 치는 상황. 사소한 실수로 포인트를 내주자, 백다연은 “앗~ 왜 이렇게 맞냐. 언니~”하고 웃었고, 이은혜는 다정한 미소로 어깨를 두들겨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새내기 백다연은 “실업에서 와서 언니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이은혜 백다연
이은혜(맨 앞쪽)와 백다연이 지난 3일 같은 팀 선배인 최지희-정영원과 복식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김경무 전문기자

그러나 이은혜와 백다연은 전혀 다른 경기 스타일로 국내대회 우승은 물론 그랜드슬램대회 진출 등 나름 ‘빅 픽처’를 그리고 있다. 이은혜는 폭발적인 ‘파워 히터’이고, 백다연은 수비(리턴) 위주의 끈질긴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빠른 발, 지칠 줄 모르는 체력, 폭넓은 코트 커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 시즌 첫 무대는 12일 강원도 양구에서 개막되는 제1차 실업테니스연맹전이다. 막내 백다연은 이은혜, 최지희, 정영원 등 팀 선배들과 여자단체전(4단 1복식 경기) 우승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개인전에서는 언니들과 만날 수도 있다. 같은 팀에서 동고동락하는 사이지만, 실제대회 개인전에서는 얄궂게 적으로 맞서야 하는 것이다. 개인전에서 백다연과 이은혜 등 언니들과 맞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궁금하다. 언니들은 겁없는 막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백다연은 “올해 첫 시합이고 실업 데뷔전이라 긴장된다”면서도 “재밌을 것 같다”고 도전을 벼르고 있다. “테니스에서 랠리 플레이 하는 게 특히 재밌다”는 그는 이번 대회 여자단식에서는 4강 진출이 목표라고 했다.

백다연
수줍음을 많이 타는 백다연이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무 전문기자

운동선수 출신 부모의 DNA를 물려받은 실업 3년차 이은혜.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2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국내 강호들이 총출동한 안동오픈 여자단식 정상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이후 골반 부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가지기도 했지만, 90% 가까이 회복돼 올해도 돌풍을 벼르고 있다.

이은혜는 “국내 대회 우승도 목표이지만 올해 더 큰 무대로 나가고 싶다”며 해외 투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랭킹 600위권인데 400위 안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김동현 NH농협은행 감독은 둘에 대해 기대가 크다. 그는 백다연에 대해선 “고교 때 성인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선수다. 최지희가 몇년 전 국내 퓨처스대회 결승에서 백다연과 만나 힘겹게 이긴 적이 있다”며 “공격 때 좀더 빠른 템포로 결정구를 날리는 것만 보완하면 앞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이은혜에 대해선 “스트로크가 무시무시하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 대선수가 되기 위해선 서브 파워와 네트플레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km100@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