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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사이드암투수 이재학이 지난 7일 창원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 NC 다이노스 제공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굳은 다짐을 마운드 위에서 고스란히 펼쳐보였다. NC 베테랑 사이드암투수 이재학(31)이 올해 첫 실전에서 유의미한 시작점을 찍었다. 토종 에이스 구창모의 선발진 진입 시점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즌 초반 선발진 진입 대기 순번을 거머 쥐었다. 악몽 같았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올해는 마지막에 함께 웃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넣은 이재학이다.

이재학은 지난 7일 창원 두산전에서 33개의 공을 던지며 2이닝 무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1회 정수빈, 박계범, 박건우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2회 호세 페르난데스와 김민혁도 1루 플라이와 삼진으로 잡았다. 김인태의 2루 땅볼에 내야진이 에러를 범해 출루를 허용했으나 강승호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이재학은 지난달 23일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잘 될 때는 내 자신도 투구폼과 릴리스포인트가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작년에 좋은 경기도 몇차례 있었지만 안 좋은 경기가 훨씬 많았다. 던지면서도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다른 게 느껴질 정도였다. 타자들에게 훤히 보였을 것이며 타자들이 다 간파했을 것”이라고 자신이 실패한 원인을 밝힌 바 있다.

문제점을 파악했고 이를 수정했음을 보여줬다. 두산전에서 이재학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투피치로 마운드를 지켰다.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으며 공격적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피칭을 펼친 게 가장 고무적이었다. 2020년 이재학의 볼넷 하나당 탈삼진 비율은 1.42개였다. 개인 통산 볼넷 하나당 탈삼진 비율은 2.17개다. NC 유니폼을 입은 후 지난해 최소 수치를 찍었다. 가장 비효율적인 투구를 펼친 시즌이었다.

이재학은 실전에 앞서 “예전에 나는 4, 5선발 한 자리는 보장된 투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내부경쟁이 훨씬 심해졌다”며 “마음가짐부터 다르게 먹었다.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내 자리는 없다. 그래서 안 된 부분들을 돌아보며 독하게 마음먹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승 전력을 상당 부분 유지한 NC지만 선발진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어있다. 구창모가 재활조에서 캠프를 시작했고 아직 실전 투입 시점도 결정되지 않았다. 드류 루친스키~웨스 파슨스~송명기~김영규까지는 개막 시점 선발진이 확정됐지만 한 자리는 미정이다. “동료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니 만감이 교차하더라. 누구 탓도 아닌 내 탓이다. 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며 올시즌을 준비한 이재학이 개막시리즈 로테이션 합류를 응시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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