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FC서울 기성용이 지난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44분 오른발 결승골을 꽂아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이런 게 바로 스타다.

FC서울의 ‘캡틴’이자 K리그 대표 스타인 기성용(32)이 초반 스토리를 주도하며 존재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키패스, 공격 포인트 하나하나가 극적인 순간에 나오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11년 만에 친정팀 서울에 복귀한 그는 부상으로 하반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러나 새 시즌을 앞두고 부상 부위를 말끔하게 치료한 그는 ‘박진섭호’의 초대 주장으로 선임, 동계전지훈련을 충실히 소화했다. 연습경기부터 트레이드 마크인 ‘택배 패스’를 뽐내며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증거가 불분명한 ‘학폭(학교폭력) 논란’에 갇히면서 고초를 겪었다. 전북과 개막 라운드에 선발 출전했으나 심리적인 부담과 더불어 오른 허벅지에 무리가 따르면서 전반 36분 만에 조기 교체, 본인은 물론 팀 전체에 비상등이 켜지는 듯했다. 특히 기성용은 학폭 논란과 관련해 ‘사실무근’임을 밝히면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법적 다툼을 예고, 갈등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올 시즌 주장이자 전술의 핵심 구실을 하는 그가 온전히 경기와 훈련에만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였다. 그러나 우려와 다르게 기성용은 놀라운 정신 무장으로 지난 7일 수원FC와 2라운드부터 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홈 개막전으로 열린 수원FC전에서는 초반부터 정확한 택배 패스를 뽐내면서 팬의 환호를 끌어냈다. 그리고 나상호의 두 번째 득점 과정에서 ‘레이저 침투 패스’로 기립 박수를 받았다. 어두운 이슈에서 박차고 나올 계기를 스스로 마련한 셈이다. 그러다가 10일 성남FC와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도 안정적인 패스와 경기 조율을 선보였는데 후반 막판 뜻밖에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 0-1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오름세를 타다가 자신의 실수로 결승포를 허용한 만큼 표정이 크게 어두웠다.

[포토]골대 강타와 핸드볼파울로 고개 떨군 기성용
기성용이 1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주는 불운 끝에 팀이 0-1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성남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포토]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럼에도 기성용은 기성용이었다. 사흘이 지나 열린 지난 1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4라운드 원정 경기. 그간 후방에서 경기 조율에 주력한 기성용은 이전보다 공격 지역으로 전진하며 승점 3에 의욕을 보였다. 축구분석 플랫폼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이날 그는 공격 진영으로 향한 패스가 35회, 페널티박스로 향한 패스 11회 등 기회 창출 분야에서 양 팀 통틀어 1위였다. 특히 후반 인천 송시우가 퇴장한 뒤 적극적으로 공격에서 힘을 보탰다. 마침내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4분 오스마르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1-0 승)을 만들어냈다. 기성용의 K리그 복귀골로 그가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골 맛을 본 건 지난 2009년 6월24일 가시마 앤틀러스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 이후 11년 9개월여 만이다. K리그에서 골을 넣은 건 지난 2009년 3월7일 전남 드래곤즈전 이후 12년만.

예기치 않은 이슈, 치명적 실수와 마주하며 골머리를 앓은 기성용이나,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한 방’으로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인천전 직후 “성남 원정서 내 실수로 진 것 같은데 다행히 승리를 다시 했다”며 “본래 골을 많이 넣는 위치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골과 도움으로 기자회견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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