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
강북힘찬병원 정기호 의무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제공|힘찬병원

[스포츠서울] “압박골절이라 해서 시술을 받았는데 왜 또 허리가 아픈 거죠?”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온 딸이 난감하다는 듯이 묻는다. 시술을 받은 지 1년도 채 안 되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약간의 원망까지 실린 느낌이다.

시술을 할 당시 환자의 나이는 80세였다. 내원할 당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걷지도, 앉지도 못해 구급차 침대에 누운 채로 내원했었다. 허리가 아픈지는 오래 됐지만 내원하기 전날 길을 가다 발을 헛디뎌 주저앉은 후 꼼짝을 못할 정도로 아팠다고 했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압박골절이 의심돼 엑스레이와 골밀도 검사를 같이 했다. 예상대로 골다공증이 있었고, 허리뼈 5번과 엉치뼈 1번 사이에 골절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골절 부위에 뼈 시멘트를 넣어 부러진 뼈를 붙게 하는 ‘경피적 척추체 성형술’을 하고 골다공증 약을 처방해드렸다.

“골다공증 약은 꼬박꼬박 드셨어요?” “먹느라고 먹긴 했는데, 정신이 깜빡깜빡하기도 하고 귀찮아서요……”

환자가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보아 골다공증 약을 먹은 날보다 안 먹은 날이 더 많은 느낌이었다. 다시 골밀도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해보니 골다공증이 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뼈가 약해진 상태였다.

자료사진 (1)
자료사진. 제공|힘찬병원

골다공증이 있으면 압박골절로 척추체 성형술을 받아 부러졌던 뼈를 단단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다른 뼈까지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 첫 번째 압박골절이 발생한 경우 다른 부위에 압박골절이 발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5배나 높다. 척추체 성형술로 압박골절이 발생한 뼈 자체는 단단해졌을지 몰라도 다른 뼈들은 여전히 약한 상태이므로 언제든 다른 뼈에서 압박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다행히 환자는 다른 뼈에서 압박골절이 또 일어나 아픈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화로 인해 디스크가 탄력을 잃고 납작해져 허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해 통증이 지속된 것이다.

노화는 막을 길이 없다. 어떻게 하면 천천히 오게 하느냐의 문제다. 환자분은 이미 80세를 넘어서 압박골절이 일어난 부위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도 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보호자는 시술을 받았는데 또 아플 수 있냐는 오해를 하셨던 것이다. 특히 노년층은 골다공증으로 인한 압박골절을 조심해야 한다. 골다공증을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뼈는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약물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1년 정도 꾸준히 복용하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 규칙적인 약 복용이 힘들면 주사로도 맞을 수 있다. 환자분께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로 골다공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 드리니 “매일 약 챙겨먹는 것도 일”이라며 주사치료를 선택했다.

골다공증 주사치료를 한 후 몇 번 통원하면서 물리치료를 받고 환자의 상태는 호전되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비록 골다공증 주사치료를 했지만 한번으로 골다공증이 낫지는 않는다. 골다공증 치료의 핵심은 ‘지속’이다. 검사와 치료를 꾸준히 해야 호전될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조심해야 한다. 골다공증이 있는 상태에서 자칫 잘못하면 또 다시 압박골절이 일어날 위험이 크고, 허리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이 동반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몇 번의 통원치료 후 “이제는 안 아프다”며 좋아하시는 환자에게 신신당부했다.

“어머님.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시고, 골다공증 치료는 꾸준히 하셔야 해요!”

<강북힘찬병원 정기호 의무원장(신경외과 전문의)>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