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현 감독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경기 가평 설악면 GS칼텍스인재개발원. 2021. 4. 1. 가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가평=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어렵게 만든 팀이다. 이 팀을 지키고 싶다. 조금만 더 함께하고 싶다.”

1일 경기도 가평의 GS칼텍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차상현(47) 감독은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다음 시즌 걱정 때문에 좋아할 틈이 없다”라고 말했다. 5년 여에 걸쳐 어렵게 만든 지금의 GS칼텍스가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차 감독은 2016년 부임 후 줄곧 팀 성적을 향상시켰다. 첫 시즌 5위로 시작해 이번 시즌 트레블까지, 순위가 매 시즌 한 단계씩 상승했다. 선례를 찾기 힘든 성장드라마로 차 감독과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만든 성과였다.

◇“몰빵배구, 앞으로도 없다”

차 감독의 철학은 뚜렷하다. “백업이 강해야 팀이 강해진다”라는 기조를 부임 초기부터 유지하고 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거의 모든 선수들이 한 번씩은 코트를 밟았다. 차 감독은 “선수 시절 저는 백업이었다. 이후 지도자로 변신하면서 그런 생각이 확고해졌다. 베스트7만을 돌려 우승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고 싶지 않았다. 늘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물론 주전이 잘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완벽하지 않다. 이번 시즌에도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 하나씩을 보여줬다. 덕분에 우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차 감독의 잦은 교체가 흐름을 깬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그가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차 감독은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제가 그런 의견을 신경쓸 이유는 없다. 이번 시즌만 봐도 한수진 같은 선수가 정말 열심히 노력해 눈에 띄게 성장했다. 감독은 성과를 내야 하지만 동시에 선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제 지도자 인생에서 몰빵배구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차상현 감독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경기 가평 설악면 GS칼텍스인재개발원. 2021. 4. 1. 가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들이 막대해도 기분 안 나빠”

강소휘는 최근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이중인격자 같다”라는 농담을 했다. 훈련, 경기 땐 누구보다 엄격하면서도 코트 밖에서는 선수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다. GS칼텍스 선수들은 차 감독에게 과하다 싶은 장난을 칠 정도로 편하게 대한다. 차 감독은 “정말 어렵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서로의 노력 덕분이다. 서로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라면서 “기분이 하나도 안 나쁘다. 오히려 그렇게 해주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차 감독은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색깔을 억누르고 강요하기보다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를 선호한다. 차 감독은 “사실 우리 선수들을 보면 특이한 친구들이 많다. 막말로 ‘똘끼’ 있는 선수들이 보인다. 배구 안 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점을 장점으로 끌어내면 배구를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제가 편하게 선수들을 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신 훈련에선 누구보다 혹독하다. 선수들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행동한다”라고 설명했다.

차상현 감독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경기 가평 설악면 GS칼텍스인재개발원. 2021. 4. 1. 가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소영, 강소휘 올바른 선택하길”

차 감독이 부임했던 2016년 GS칼텍스는 표류하는 팀이었다. 정체돼 목표 의식이 사라지고 프로구단으로서의 가치가 희미해지던 상황이었다. 차 감독은 “제가 처음 왔을 때 이 팀에는 기준이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훈련하고 경기에 나가는 것 같았다”라면서 “저는 그것부터 바꾸려고 했다. 목표를 심어주고 체계를 잡아갔다. 선수들도 잘 따라와줬다. 아직 100% 만족할 수 없지만 그래도 틀이 잘 잡혔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관건은 FA 자격을 획득하는 이소영, 강소휘의 거취다. 두 선수는 리그 최고 수준의 레프트이기 때문에 원하는 팀이 많다. GS칼텍스가 잡고 싶어도 두 선수의 마음이 떠나면 이적은 불가피하다. 차 감독은 “소영이는 제가 의지하는 선수다. 리더로서의 자질이 보인다. 소휘는 정말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었던 선수였는데 저를 잘 따라와줘 착실하게 성장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제가 키운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잘했기 때문”이라면서 “두 선수와 이 팀에서 조금 더 함께하고 싶다. 어렵게 만든 팀을 지키고 싶다. 두 선수가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라면서 ‘쏘쏘 자매’의 잔류를 바란다고 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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