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임재훈 크리에이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지난 6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KBL은 팀당 54경기를 치르면서 별다른 확진자 발생 없이 정규시즌을 마쳤다.


시즌 종료와 함께 최종순위가 결정되면서 구단의 희비는 엇갈렸다. 6강 진입에 성공한 팀들은 플레이오프(PO) 준비에 돌입했다. 실패한 팀들은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한다. PO를 준비하는 팀의 분위기도 시즌 막판 경기력에 따라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사자성어로 10개 팀에 대한 시즌 평가를 해본다. 우선 PO진출팀이다.




◇1위 전주KCC-고진감래(苦盡甘來)

이번 정규리그 우승의 주인공은 전주KCC이다. 시즌 초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많은 활동량, 빠른 공격과 더불어 전창진 감독의 용병술까지 더해지면서 시즌 중반까지 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인 12연승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타일러 데이비스가 기복을 보이다가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라건아와 주장 이정현이 팀의 중심을 잡으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KBL 대표 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도 새롭게 합류하면서 전주KCC는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안정된 공격력과 함께 림어택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팀 에이스로 거듭난 송교창의 활약도 주요했다.


4강 PO에 직행한 KCC는 이제 고양오리온과 인천전자랜드의 6강 PO 승자를 기다린다. 현재 타일러 데이비스 대체 선수로 영입된 조 알렉산더가 오는 9일에 자가격리를 마칠 예정이다. 조 알렉산더까지 더해진 KCC가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2위 울산현대모비스-노심초사(勞心焦思)

정규리그 2위 울산 현대모비스. 지난 시즌에 이어 팀 리빌딩을 단행한 것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FA로 장재석, 기승호, 김민구, 이현민을, 트레이드로 최진수를 영입하며 내실을 갖췄다. 또한 서명진이 주전 포인트 가드로 성장하며 양동근이 떠난 자리를 어느 정도 채웠다. 신인 이우석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런 모비스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용병 숀롱이다. 숀롱은 리그 득점 1위, 어시스트 1위를 차지하며 기록적으로 봤을 때는 국내외 선수 통틀어 최상급 활약을 했다. 그러나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가지며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특히 KCC와의 경기에서 타일러 데이비스에게 번번이 막히며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현대모비스는 1위와의 승차를 줄이지 못했고 정규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시즌 내내 해결되지 않았던 숀롱의 기복이 PO에서도 변수다.




◇3위 안양KGC-파죽지세(破竹之勢)

6강 PO 진출팀 가운데 가장 분위기가 좋은 팀은 안양KGC일 것이다. 경기 당 평균 약 9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팀 스틸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오른 안양KGC는 문성곤, 이재도, 변준형 등을 중심으로 팀 특유의 뺏는 농구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지난 3월 크리스 맥컬러 대체 선수로 영입된 제러드 설린저의 활약이 KGC의 시즌 막판 상승세를 이끌었다. 부상으로 지난 2년간 뛰지 못했던 제러드 설린저였지만, 골밑 장악력과 높은 BQ를 자랑하며 KBL 무대에서 ‘어나더레벨’을 보여줬다.


게다가 상대 팀들의 견제가 제러드 설린저에게 쏠리면서 오세근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시즌 막판 좋았던 분위기를 계속해서 가지고 갈 것으로 보여 이번 플레이오프의 최대 복병이 될 것이다.




◇4위 고양오리온-용두사미(龍頭蛇尾)

시작은 좋았지만, 끝이 아름답지 못했다. FA 최대어였던 이대성을 잡은 오리온은 시즌 개막 전 KBL컵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올라서며 올 시즌 깜짝 돌풍을 예고했다. 2라운드 초반 6위로 내려앉은 오리온은 골밑 보강을 위해 현대모비스, KCC와 삼각 트레이드를 진행하며 현대모비스에 최진수를 내주고 이종현을 데려왔다.


이후 상위권까지 순위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계속 3위에 머물렀다. 이에 강을준 감독은 제프 위디를 내보내고 데빈 윌리엄스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데빈 윌리엄스는 심판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출전시간과 관련해 코칭 스태프와도 갈등을 빚으며 한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주전 의존도가 높다 보니 오리온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안양KGC에게 3위를 내주고 4위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강을준 감독의 외국인 교체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6강 PO 때마저도 데빈 윌리엄스를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고양오리온의 올 시즌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다.




◇5위 인천전자랜드-유종지미(有綜之美)

끝을 잘 맺는 아름다움이라는 뜻으로, 매각이 진행됨에 따라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하는 전자랜드에게 딱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유종지미’다. 1라운드 7승 2패를 기록하며 초반 상승세를 탔지만, 2라운드에서 6연패를 당하며 6위까지 추락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결국 전자랜드는 지난 2월 공격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선수 2명 모두를 교체했다. 시즌 막판 정효근, 정영삼마저 부상을 당하며 전자랜드를 더 힘들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로 합류한 조나단 모틀리와 데본 스캇이 조금씩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인다는거다.


올 시즌을 끝으로 프로농구에서 ‘전자랜드’라는 단어를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과연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에서 홈팬들에게 멋진 마무리를 선사할 수 있을까.




◇6위 부산KT-악전고투(惡戰苦鬪)

KT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다. 허훈이 국내 선수 득점과 어시스트 부문 1위를 달리며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허훈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시즌 막판 브랜든 브라운 귀국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팀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모양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신장이 작은 두 외국인 선수들이 플레이오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6강 PO 상대가 제러드 설린저의 활약으로 최근 분위기가 좋은 KGC이라는 점에서 서동철 감독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팀은 올 시즌 6번 만나 상대 전적 3승 3패로 동률을 이뤘고, 그중 4번을 연장전으로 가져갈 만큼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두 팀 간 6강 PO 매치는 상당히 뜨거울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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