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타격이 좀처럼 터지지 않는데다 믿었던 불펜 필승조도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여러모로 완벽한 상태로 보기 어려운 KIA 얘기다.
올해 KIA 전력은 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양현종이 빠져나간 공백을 채울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시즌 두 번째로 선발등판한 이의리(19)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고졸 신인이라는 변수가 있다. 어린 선수들은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과정에 어떤 벽에 부딪힐지 예측할 수 없다. 상수로 두기에는 여러모로 불안요소가 많다.
|
개막 후 지난 14일까지 선발 승을 따낸 투수가 한 명도 없다. 클린업 트리오는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매는 중이다. 리드오프로 개막을 맞았던 최원준이 방망이가 아닌 발로 결승 득점을 만들어낸 점은 현재 KIA의 상태를 대변한다.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시즌용’으로 돌아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 기간이다.
희망요소는 있다. 개막 초반이지만, 각 팀은 부상 선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막 전부터 부상의 늪에 빠진 선수도 있고, 몸에 맞는 볼 등 돌발 변수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KIA는 아파서 재활군으로 내려간 선수가 없다. 지난해 부상 도미노 탓에 지난 겨울을 오로지 체력관리와 컨디셔닝에만 집중한 효과가 개막 초반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
아프지 않으면 반등 기회는 반드시 온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KIA의 핵심 전력은 경험과 실력을 모두 갖춘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개막 초반 활화산 같은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김선빈을 비롯해 프레스턴 터커, 최형우, 나지완 등은 소위 에버리지가 있는 선수들이다. 개막 첫 한 달 동안 1할대 빈타에 허덕이다가도 시즌이 끝날 무렵이 되면 3할 언저리를 칠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잦은 연장 탓에 부하가 걸릴 수 있는 불펜 투수들이 여름 레이스 돌입 전까지 컨디션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규시즌은 생각보다 길다. 팀 전체가 적어도 서너번은 등락을 반복한다. 팀 밸런스가 떨어질 때는 어떤 팀이든 버티기 전략을 짜야 하는데, 그 시기가 개막 초반일 수도, 시즌 막판일 수도 있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도 조급해하기보다 정중동 자세를 견지하며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
반대로 보면 반등할 시기가 머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반등 기류를 탔을 때 흐름을 길게 끌어갈 힘이 남아있느냐다. 구단과 현장이 선수들의 컨디셔닝에 ‘올인’한 이유도 이 때 증명할 수 있다. 실전 감각 끌어 올리기를 의도적으로 늦춘 과감한 결단이 시즌 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버티는 속에서도 선두 그룹과 크게 격차가 벌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희망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올해 KIA는 그래서 복병으로 분류해도 부족함이 없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