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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문화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KBO리그에 적응 중인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조그만 경험담을 들려줬다. 미국과 한국의 야구 문화 차이가 있는 만큼 먼저 다가가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윌리엄스 감독은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앞두고 수베로 감독이 전날 창원 NC전에서 화를 낸 얘기를 들었다. 수베로 감독은 전날 4-14로 패색이 짙은 8회말 2사 후 NC 나성범이 3볼에서 타격한 것에 격분했다. 이미 외야수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려 백기를 던진 상황이었는데, 나성범이 3볼에서 스윙을 하자 불문율을 깬 것으로 봤다. 수베로 감독이 그라운드를 향해 손가락 3개를 펼쳐들고 강하게 어필하자, NC 이동욱 감독까지 반응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경기 후반 큰 점수 차에는 3볼에서 타격하지 않는 게 일종의 원칙이다. 불문율로도 보이는데, 백기를 든 상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예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하성의 팀 동료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지난해 텍사스전에서 3볼 이후 타격을 해 만루홈런을 때려내자 텍사스가 매니 마차도에게 빈볼을 던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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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는 3볼에서 스윙하는 게 안타를 뽑아낼 확률이 높은 것으로 인식한다. 스트라이크를 집어넣기 위해 힘 빼고 던진 한 가운데 공은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다만 큰 점수 차로 벌어진 경기 후반에는 가급적 스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어디까지나 투수와 타자간 정상적인 대결을 했을 때 얘기다. 이날 수베로 감독이 화를 낸 이유는 마운드에 야수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건을 던졌는데, 상대가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나도 지난해 LG전 때 1루수가 주자 견제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상대가 도루를 감행해 화를 낸 기억이 있다”며 “당시에는 경기 후 LG 류중일 감독을 찾아가 양국의 문화차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최종 결정은 감독이 하는 것이지만, 야구를 배우고 익힌 문화가 다르다는 점은 대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윌리엄스 감독은 류 전감독과 이른바 불문율에 관한 의견을 주고 받았고 KBO리그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그는 “류 감독과 나눈 대화는 이후 정규시즌을 치르는 과정에 발생하는 여러 선택의 순간에 좋은 참고자료가 됐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참고할 만 한 얘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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