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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양현종이 6일(한국시간) 타깃필드에서 ML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은 지난달 27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양현종. A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도전자의 입장이 그렇다. 아쉬움을 가슴에 새기고 기회가 돌아올 때까지 절치부심하는 수밖에 없다. ‘대투수’ 양현종(33·텍사스)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 선발 데뷔전에서 4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했다.

양현종은 6일(한국시간)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와 ML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 3.1이닝 동안 66개를 던졌고,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했다. 특히 아웃카운트 10개 중 8개가 삼진일 정도로 빼어난 투구를 했다. 최고구속은 91마일(약 146㎞) 정도에 머물렀지만, 우타자 바깥쪽에 던지는 체인지업에 미네소타 타자들의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4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서 호르헤 폴랑코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상대 흐름을 끊어낸 뒤 왼손 사이드암 존 킹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킹이 막스 케플러를 투수 땅볼, 미겔 사노를 유격수 땅볼로 각각 처리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냈다.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2.25로 조금 더 내려갔다.

투구 템포도 빨랐고, 위협적인 강속구는 없었지만, 탁월한 디셉션 동작으로 상대 타선을 잘 묶었다. 그래도 ML 레벨이라, 한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는 어김없이 장타로 연결됐다. 실투를 줄이는 것은 풀타임 활약을 위해 양현종이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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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이 지난 1일(한국시간) 보스턴전에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따. AFP 연합뉴스

강렬한 선발 데뷔 이닝을 치렀다. 비로 30분 간 지연된 탓에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KBO리그 통산 147승을 거머쥔 ‘대투수’는 1회부터 거침없는 투구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회말 바이런 벅스턴을 시작으로 빅리그 베테랑인 넬슨 크루즈까지 3연속타자 삼진으로 선발 데뷔 이닝을 장식했다. 슬라이더와 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등 양현종이 가진 모든 구종을 결정구로 활용했다. 2회말 1사 후 미치 가버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내줬지만, 폴랑코를 시작으로 9버타자 안드렐튼 시몬스까지 4연속타자 삼진 릴레이를 이으며 텍사스의 시즌 첫 왼손 선발로 낙점된 이유를 증명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에는 미네소타 타선이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차단하는 전략으로 응수해 고전했다. 1-1 동점을 만든 4회말 두 번째로 만난 크루즈에게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구사하다 중전 안타를 내줬다. 공이 손에서 빠져 높게 날아들었고, 투수 옆을 스쳐 중견수 쪽으로 굴러가는 안타였다. 이어 카일 갈릭에게 던진 바깥쪽 체인지업은 이미 길목을 막고 있던 스윙 궤도에 걸려 인정 2루타가 됐다. 좌측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진 타구가 크게 튀어 관중석에 날아 들었다. 첫 타석에서 홈런을 허용한 가버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 누를 꽉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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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준비하는 양현종. AP 연합뉴스

무사 만루 위기에 몰린 양현종은 폴랑코와 신중한 카운트 싸움을 펼쳤다. 낮게 던진 변화구 두 개가 잇따라 볼 판정을 받은데다, 타자가 반응을 하지 않자 하이 패스트볼로 레퍼토리를 변경했다. 빠른 공 두개가 모두 파울이 됐고, 타이밍과 시선을 모두 흔든 것으로 판단한 양현종은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첫 번째 체인지업은 파울이 됐지만, 한 번 더 던진 높은 체인지업에는 배트가 허공을 갈라 상대 흐름을 끊는데 성공했다.

당초 예정된 80구 이하보다 빨리 강판했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 양현종의 경기운용 능력이 빛났다. 쌀쌀한 날씨 탓에 ML 공인구가 손에서 빠지는 듯한 모습이 자주 연출된 것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성공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기대 이상의 선발 데뷔전을 치른 양현종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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