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된 이대호
포수 마스크를 쓴 롯데 이대호가 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방문경기에서 역전승을 이끌어 낸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 롯데 이대호(39)는 원래 투수 출신의 만능 내야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원년 경기가 벌어진 2006년 도쿄돔. 한국선수단 버스가 도착하자 한 일본관계자가 이대호를 가리키며 기자에게 물었다.

“저 키 큰 분은 뭐하는 분인가요?” ‘선수’라고 대답하자, 그는 “그럼 투수이겠군요?”라고 재차 물었다. ‘내야수’라고 알려줬더니 그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변했다. 194cm의 장신에, 당시 120kg이 넘는 거구의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체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2001년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돼 입단한 이대호의 원래 포지션은 투수였다. 당시 롯데 투수코치였던 양상문 스포티브이 해설위원은 “이대호는 최고구속이 135km 정도였지만 포크볼을 잘 던졌다. 그래서 투수로 키울 생각으로 훈련을 했다”고 회상한다. 훈련을 통해 최고 구속을 140km대로 올리면 위력적인 포크볼로 마운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이대호는 공을 잡는 능력이 탁월했다. 몸도 호리호리했다. 지금의 김원중 보다도 더 날씬했고 제구력도 뛰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구속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이대호는 어느날 어깨를 다쳐 타자로 전환했다. 대부분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거치는 과정이었다. 이대호는 양상문 코치가 롯데 감독으로 부임한 2004년부터 날개를 달았다. 2003시즌까지 54경기에 출전했던 타자 이대호는 2004시즌 처음 132경기에 투입됐고, 20개의 홈런을 터뜨리면서 스타로 떠 올랐다. 2006시즌에는 122경기에 출전, 0.336의 타율과 26홈런으로 ‘조선의 타자’가 된 것이다.

프로야구 초년병 시절 내야 타구를 척척 잡아내던 이대호가 또 한번 자신의 야구재능을 뽑냈다.

이대호는 8일 대구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원정경기 9회말 포수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롯데는 6-8로 뒤진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대타작전을 잇따라 펼치면서 포수 김준태와 강태율이 모두 교체됐다. 대타 이병규의 우전안타로 8-8 동점을 만들었고, 딕슨 마차도의 좌익선상 2루타를 역전 결승점을 뽑아 9대8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포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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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제공=롯데자이언츠

결국 이대호가 마스크를 썼다. 포수 이대호는 야구팬의 우려를 깨끗하게 떨쳐 냈다. 마무리투수 김원중에게 다양한 사인을 보내면서 투구를 리드했고, 원바운드 공도 잘 잡아내는 능력까지 선보였다. 또 높은 공을 잡고는 글러브를 스트라이크존으로 내리는 플레이밍까지 해내는 능청스런 플레이까지 해냈다.

4번 지명타자 이대호는 이날 타격에서도 1회초 좌중월 선제 3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5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이대호의 변신은 끝이 없다.

sungbaseba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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