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국내 최정상급 아이돌의 히트곡 작사가에 대한 부당한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에서는 'K팝의 유령들-그 히트송은 누가 만들었는가'를 주제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K팝의 어두운 면을 추적했다.


K팝은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세븐틴 등의 활약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덕분에 K팝 산업은 세계 6위 규모로 올라섰다. 그 만큼 창작자들의 수익과 명성도 커지고 있지만, 그 화려한 조명 뒤에는 어두운 이면이 자리 잡고 있다.


'그알' 제작팀은 최근 45RPM 이현배 사망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에서 김창열의 고스트라이터였다고 폭로한 DJ DOC 이하늘의 입에 주목했다. DJ DOC 4집 이후 발표한 곡들이 고인에 의해 쓰였다고 주장한 것.


고스트라이터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그알' 제작진은 작사업계 부조리를 돋보기로 들여다봤다. 업계에서는 실제 작사에 참여하지 않고도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업계가 좁아서 인터뷰가 알려지면 곡을 못 받을 수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한 제보자는 엑소, 레드벨벳, 강다니엘 등 400여곡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작사 학원 김모 원장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 곡에 여러 명의 작사가가 참여하지만 인원 수에 따라 지분을 배분했다는 것.


일례로 유재석과 엑소가 함께한 '댄싱킹' 작사에 관해 언급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2.5%의 지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쓴 제목이 '댄싱킹'이었다. 콘셉트도 내가 했고, 나 혼자 쓴 건데, 지분이 2.5%라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초 기부 음원이기에 원래 없는 지분을 나눠줬다는 김 원장의 말과 달리 본인은 8%나 올렸다. 이 때문에 그는 이의 제기를 했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 조정에 성공, 절반 정도의 권리를 찾았다.


가사를 쓰지 않았지만 이름을 올리는 고스트라이터들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송다솔 작사가는 "(고스트라이터는) 신기한 게 엑소 노래 밖에 안 쓴다. 중간중간 보아 노래가 등장한다. 혜성처럼 등장해서 엑소 노래만 채택되는 작사가"라며 "실재하는 분이면 천재"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알' 제작팀은 익명의 작사가 대리인으로부터 제보를 받기도 했다. 김 원장과 SM엔터테인먼트 A&R(앨범 전반을 기획, 관리하는 부서) 팀장 최 씨의 대화 내용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본 업계 관계자들은 "유령 작사가를 만든 정황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 씨에 관해서도 "SM A&R실에서 손꼽히는 리더, 유닛장"이라며 "유닛장 위에 한 분이 있다. 수록곡 관련해 모든 곡을 채택하는 부분에서 중추일 수밖에 없다. 그분의 손을 거치지 않고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인 건 맞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그알' 제작팀을 통해 해당 문제에 관해 해명했다. 유령작사가로 지목된 S가 A&R 팀장 최 씨의 부인이 맞고, 학원 설립 이전부터 알고지낸 학원 소속 작사가라는 점이다. 또한 최 씨의 부인을 통해 한 번도 가사 청탁을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당사는 최근 예명의 작사가가 최 씨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 씨가 해당 가사 선정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면, 회사에 고지하지 않은 점에 대해 책임을 물어 직책을 박탈하고 중징계를 결정했다. 6년 전 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가 퇴사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내용증명을 통해 "유령작사가로 지목된 S는 곡에 참여하지 않은 채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거나 지분을 가져간 적 없다. 다만 작사가 S가 A&R 직원의 가족이기에 비공개로 작업한 것"이라며 "기획사에서 학원에 의뢰한 곡 중 작사가 S가 참여한 곡이 많지만 불법적 거래나 부당한 일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purin@sportsseoul.com


사진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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