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_박정훈 과장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과장. 제공|인천힘찬종합병원

[스포츠서울] 우리에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속 선생님으로 유명한 로빈 윌리암스는 불행하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영화에 나오는 경구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데, 그런 그가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하니 충격이 컸다.

하지만 사후 부검 결과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그를 우울증에 시달리게 하고 결국 자살로 몰고 간 원인이 루이소체 치매(DLB;Dementia with Lewy Bodies)라는 병을 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흔히 치매라고 하면 단일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치매는 80개가 넘는 다양한 질환들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용어다. 치매는 크게 완치가 어려운 신경퇴행질환과 위험요인 관리에 따라 예방이나 일부 완치도 가능한 기타 질환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신경퇴행질환 중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이 약 70%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 흔한 질환이 루이소체 치매다.

루이소체 치매는 뇌에 루이소체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여 신경이 퇴행하는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주로 인지기능의 심한 기복, 파킨슨병의 증상이나 환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주요 증상은 병이 상당히 진행된 시점에 발견되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은 진단이 늦어지게 된다. 주요 증상 전에 발생하는 다른 전조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주요 증상이 모두 나타난 후에야 치매로 진단받게 된다.

로빈 윌리암스 부인은 남편의 사망 후 루이소체 치매 투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수필(The terrorist inside My Husband‘s Brain)을 출간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루이소체 치매의 전조증상 중 일부를 엿볼 수 있다.

로빈 윌리암스는 수 년 전부터 변비, 소변장애, 주간 졸림, 불면증 등으로 힘들어 했고 특히나 냄새를 못 맡는 증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증상들은 점점 심해지는 듯했고 불안, 공포, 편집증상 등이 나타나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다.

현재 연구자들은 그 동안 많은 연구들을 통해 루이소체 치매가 주요 증상을 보이기 수 년 전부터 우리 몸 여러 부위에 다양한 증상이 먼저 일어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그 중에서도 램수면 행동장애가 대표적이다. 이 질환은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팔이나 다리를 휘두르는 등 격렬한 행동 증상을 보이며 악몽을 꾸는 것이 특징이다. 루이소체 치매 환자 대다수는 램수면 행동장애를 가지고 있다.

섬망 증상이 먼저 발생한 후에 루이소체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도 흔하다. 섬망은 갑작스런 인지기능의 변화를 겪는 증상으로 보통 고령에서 누구나 생길 수 있으나 특히 치매환자들에게서 자주 보게 된다.

루이소체 치매의 경우 항정신성 약물 사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갑작스런 행동변화나 감정변화를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으로 보고 항정신성 약물을 사용했다가는 루이소체 치매를 더 나빠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루이소체 치매환자들은 약에 굉장히 취약하다.

루이소체 치매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을 매우 힘들게 하는 병이다. 병 자체로 인해 환자들은 편집증적 성격을 가지게 되고 계속 불안해하며 갑자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족들은 상처받고 환자와 같이 지내는 것을 힘들어 한다.

아직까지 루이소체 치매 자체를 치료하는 약물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같은 다른 퇴행성 질환과는 달리 콜린성 약물에 반응이 좀더 좋다는 연구가 있다. 또한 파킨슨 증상 및 정신병적 증상을 잘 관리하려면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기억력이 저하될 때만 치매를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고령의 어르신에게서 환시, 불안, 우울, 불면, 섬망 등이 나타난다면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루이소체 치매는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으면 알츠하이머보다 잘 관리될 수 있으니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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