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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며칠 전 오랜만에 지인과 통화를 했다. 늘 소화불량이나 복부 팽만, 명치 통증을 달고 사는 분이었다. 혹시 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내시경 검사를 하면 “만성 위염입니다” 혹은 “역류성 식도염이 약간 있습니다”라고 할 뿐이었다. 큰 병은 아니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속이 항상 불편하니 소화제에 의지하거나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며 버틴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열이 나고 통증이 너무 심해져 응급실을 찾았다. 위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역시나 평소 알고 있던 만성 위염만 발견되었을 뿐, 특이 사항은 없었다. 의사는 혹시 모르니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권했다. 그래서 복부 초음파를 해보니 담낭 안에 돌이 가득하단다.
“이렇게 돌이 많은 걸 보니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전혀 모르셨나요? 너무 돌이 많아 수술을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제야 몇 년 전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담낭에 결석이 있다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별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때부터 조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후회막급이지만 때는 늦었다.
진료실은 찾는 환자분들 중에서도 비슷한 고통을 겪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위가 좋지 않아 소화불량이나 복통이 있는 줄만 알았는데, 이런 분들 중 상당수가 담낭 결석에 의한 만성 담낭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담낭은 간의 아래쪽에 붙어있는 작은 주머니다. 간에서 분비된 담즙은 담낭으로 들어가서 약 6~10배로 농축된 상태로 저장되어 있다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30분 내에 전부 십이지장으로 방출된다. 담낭 결석은 이 담즙이 굳어 돌처럼 딱딱해지는 것을 말한다.
2017년 기준 담낭결석 환자는 16만 3000여명으로 2012년 12만 7천여 명에 비해 연평균 5.1% 증가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담낭 결석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보통 4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 흔히 발견되는데 비만하거나 고콜레스테롤식, 고지방식을 자주 섭취하고 섬유질이 적은 식사를 하면 더 많이 생긴다. 또한 당뇨나 간질환이 있거나 여성의 경우 폐경 후 증후군으로 인한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경우 위험성이 증가한다.
최근에는 코로나도 담낭결석 발생률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 지 이미 오래다. 밖에 잘 나갈 수가 없으니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가 힘들어졌는데, 고지방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담낭 결석이 생기면 소화 불량이나 설사, 명치나 우상복부 통증, 지방변 등 여러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특별히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고, 증상이 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종합 검진이나 다른 이유로 병원을 찾아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 기름진 음식이나 과식 후 명치 또는 우상복부 통증, 소화 불량, 무른 변 같은 증상이 있다면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담낭 결석 크기가 작거나 증상이 없을 때는 초음파 검사로 추적 관찰하면서 지켜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다. 담낭염과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나 결석의 크기가 2cm 이상으로 큰 경우, 담낭 용종이 동반된 경우, 담낭 기능의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담낭 절제술은 보통 1~3개의 구멍을 내고 진행한다. 절개를 하지 않아 통증이 적고 수술 후 흉터가 크게 남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회복이 빨라 수술 후 2~3일 후에는 퇴원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으므로 큰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담낭이 없으면 소화에 문제 없을까요?”
흔히 쓸개라 불리는 담낭을 절제해야 한다고 하면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찮다’. 비록 ‘쓸개 없는 사람’이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담즙은 간에서 생성하므로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향후 소화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니 조기에 담낭 결석을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지만 혹시 시기를 놓쳐 담낭을 절제해야 한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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