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힘찬종합병원 부인과 정다운 과장
인천힘찬종합병원 부인과 정다운 과장. 제공|힘찬병원

[스포츠서울] 48세 여성이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러 내원했다. 정기검진하기 위해 실시한 문진표를 살펴보다 특이점을 발견했다. 마지막 월경일이 43세로 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폐경은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에 많이 일어나는데 43세면 좀 이른 편이었다.

“혹시 그동안 호르몬 치료를 받으셨나요?”

“아니요. 그냥 저는 폐경이 일찍 왔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어요. 폐경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해 상담한 적도 없고, 별다른 치료를 받은 적도 없어요.”

“너무 이른 시기에 폐경이 왔으니 호르몬 검사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나는 갱년기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설명하고, 호르몬 검사 등 폐경기 여성에게 필요한 검사들을 권했다. 하지만 환자는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들어 혼란스럽다며 다음을 기약하고 정기검진만 받고 돌아갔다.

몇 달 뒤 그 환자가 어두운 얼굴로 다시 진료를 보러 왔다. 처음 호르몬 검사를 권유받았을 때는 당황했지만 집으로 돌아간 후 찬찬히 생각해보니 자기 몸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한다. 사실 어쩌다 가끔 열이 올라오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우울감에 시달린 지는 몇 년 됐다.

그런데도 그런 증상이 갱년기 때문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다가 필자의 얘기를 듣고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아, 이게 다 갱년기 때문이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몇 달 사이 증상이 더 심해지면서 다시 필자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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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이미지. 출처|아이클릭아트

폐경 증상의 정도를 확인하는 쿠퍼만 지표가 있다. 환자는 안면홍조, 불면증, 우울감, 관절통 등을 호소하였는데, 중증에 해당하였다. 그동안 꽤 힘들었을 텐데, 갱년기인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직장과 집안일을 병행하다 보니 신체적으로 힘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그냥 참고만 있었던 환자에게 같은 여자로서 연민이 느껴졌다.

먼저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있는 분인지부터 검사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병력이 있거나 위험인자가 있는 분, 에스트로젠에 의해 커지는 종양이 있거나 의심되는 분, 원인불명의 자궁출혈이 있는 분은 호르몬 치료를 금한다. 검사 결과 환자는 금기사항에 해당하지 않아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치료 시작 몇 달 후, 그제야 환자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작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게 후회가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기대수명이 점점 증가하면서 2019년 현재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은 85.6세에 이른다. 또 평균 폐경 나이는 49.7세이며, 2030년에는 한국 여성의 43%가 폐경인 상태로 살아간다고 한다. 예전에는 호르몬 치료가 매우 위험하다는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었는데, 최근에는 힘들어도 참기보다는 호르몬 치료의 득과 실을 고려하여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으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것을 권해드린다.

호르몬 치료에서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알다시피 유방암이다. 호르몬 치료와 유방암의 연관성은 예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논문에 의하면 자궁이 없는 여성에서 사용하는 에스트로젠은 오히려 유방암 유병률을 낮추는 경향이 있으며, 자궁내막보호를 위해 자궁이 있는 여성들이 사용하는 에스트로젠, 프로게스토젠 병합요법은 호르몬 치료 3년 이후부터만 명당 9명 정도의 유방암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수치는 야간에 근무하는 여성의 유방암 유병률이 2배인 것에 비해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호르몬 치료를 하기 전에 금 기증에 해당할 만한 위험성이 있는지 충분한 문진을 통해 확인하고, 여성생식기 초음파, 유방암 검사, 혈액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 후에 호르몬 치료를 하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폐경기 호르몬 치료는 단순히 갱년기 증상을 완화해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혈관운동을 증진해주고,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해주며 골밀도 감소를 방지함으로써 골절위험을 줄여준다. 한마디로 삶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해주는 것이다.

아직도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하시는 많은 분이 주위의 말이나 과거의 잘못된 정보로 부인과 진료를 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호르몬 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치료법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건강한 중년의 삶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천힘찬종합병원 부인과 정다운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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