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굴에서 연패한 두산
지난 4일 광주 KIA전에서 패한 두산. 광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낯선 일은 아니다. 늘 큰 목소리를 내는 팀이었다. 신인 드래프트 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뀐 데에도 두 팀의 목소리가 컸다. 두 팀 중 한 팀은 실행위원회와 이사회를 주도하면서 프리에이전트(FA) 등급제 첫 해에는 예외규정도 적용받았다. 시즌 중단 사태가 아주 놀랍지 않은 이유 또한 KBO리그 중심에 두 팀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KBO리그가 무려 4주 동안 중단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13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총 30경기를 취소시켰다. 이로써 KBO리그는 내달 9일까지 28일 동안 멈춤 상태가 된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올림픽 대표팀과 라이징스타팀의 평가전, 24일로 예정된 올스타전은 계획대로 진행되지만 페넌트레이스는 4주 동안 7월 11일에 머문다. KBO리그 원년인 1982년부터 페넌트레이스가 4주 동안 멈춘 경우는 이번이 최초다.

초유의 시즌 중단 사태 중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두산과 NC가 있다. 두산은 2명의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17명의 선수와 14명의 코칭스태프가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됐다. NC는 3명의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15명의 선수와 10명의 코칭스태프가 자가격리 대상이다. 1군 선수단 기준 두산은 68%, NC는 64%가 확진 및 밀접접촉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따라 두 팀은 지난 11일 긴급 실행위원회에서 시즌 중단을 요청했고 다음날 시즌 중단이 결정됐다. 시즌 전 ‘밀접접촉자 발생시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 인원수와 상관없이 대체 선수를 투입해 리그를 정상 진행한다’는 코로나19 매뉴얼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엔트리 등록 미달 등 구단 운영이 불가하거나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를 요청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추가 조항도 있으나 두산과 NC가 제대로 대체 선수를 준비시켰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실제로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두산 2군 선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포함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소수의 두산 선수들은 몸을 풀었으나 이들 외에 1군 선수들을 대체할 인원은 없었다. “여러 상황에 대비해 2군 선수들도 준비하고 있다”는 당일 오전 구단 관계자의 말과 당시 잠실구장에서 두산의 모습은 정반대였다.

고척 키움전이 예정된 NC 또한 특별한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 게다가 NC 2군은 춘천에서 고양 히어로즈와 경기가 잡혀있었다. 신속히 대체전력을 구분짓고 1군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NC 또한 두산처럼 공식입장과 행동이 반대였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NC가 대체 선수들이 머물 숙소가 없어서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런데 숙소 문제는 핑계에 불과하다. 11일 경기만 치르면 다음날은 이동일이다. 13일부터 15일까지 수원 KT전이 예정돼 있어 수원 원정 숙소로 이동하면 된다. 대체전력이 자가격리 대상자들과 접촉할 일도 없다. NC 1군은 지난 주말 고척 키움전에 대비해 서울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NC, KIA 상대 7연승 도전 실패
NC 다이노스 선수단. 광주 | 연합뉴스

두산, NC와 달리 다른 팀들은 매뉴얼을 준수해왔다. 주축 선수가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로 분류되면 해당 선수를 빼고 경기에 임했다. 심지어 KIA는 11일 광주 KT전에서 급히 2군 선수를 불러 경기를 강행했다. 두산 선수로 인해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야수를 대체하기 위해 1군에 올라온 신인 포수 권혁경은 얼떨결에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겉으로만 2군 선수단을 대기시켰다는 두산, NC와 KIA의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4주 동안 시즌이 중단되면서 두산과 NC는 100% 전력으로 후반기 레이스에 임할 전망이다. 두산은 외국인투수 워커 로켓과 김강률, 박치국 등 마운드 핵심 전력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NC도 주전 유격수 노진혁이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후반기에는 이들 모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급히 백업 혹은 2군 선수를 1군 경기에 투입한 다른 구단들과 달리 두산과 NC는 리그 중단 후 보다 나은 전력으로 후반기를 맞이한다. 정규시즌 잔여경기 숫자도 두산과 NC가 나란히 70경기로 가장 많다.

다른 구단이 어떻게 코로나19에 대처하든 눈앞의 결과와 최종 성적만 바라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두산과 N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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