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누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그대 그늘에서 지친마음 아물게해/소중한건 옆에 있다고/먼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MBN ‘보이스킹’ 우승자 가수 리누가 1라운드에서 부른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의 가사다. 투병 중 돌아가신 어머니께 꼭 불러드리고 싶었던 리누의 노래이기도 하다. 리누는 마음 속에 남아있던 아쉬움과 한을 털어내고 싶어 ‘보이스킹’ 출연을 결심했다.

리누는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시던 중 암이 온몸에 전이되면서 요양원 생활을 하시다 지난해 돌아가셨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어머니께 꼭 불러드리고 싶었던 곡이었다”며 “결승, 준결승은 생각 안 하고 그 곡 하나 부르려고 나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상생활을 아예 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생전에도 제가 가수로서 잘되길 누구보다 원하고 응원하셨기 때문에 지금 제 모습을 못 보시고 돌아가신 게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으로 출연한 리누는 ‘보이스킹’에서 우승의 영광까지 안았다. 긴 대장정을 끝내고 우승 트로피 들었을 때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는 “제 인생 통틀어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면서도 “방송이 끝나고 2~3일 지나니 왕관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지금의 관심을 기폭제로 더 살려 나가야겠다는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리누는 ‘보이스킹’을 통해 다년간 쌓아 온 음악 내공을 입증, 전율 돋는 고음과 폭발적인 감정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김종서, 조장혁 등 쟁쟁한 선배 가수들과 톱3로 선정됐던 당시를 회상한 리누는 “어마어마한 선배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다. 탈락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서 선배님은 1라운드 때부터 ‘얘 우승할 거 같다’고 매 라운드 이야기 해주시며 자신감을 주셨다. 조장혁 선배님은 대회를 진행하면서 노래적인 부분을 많이 체크해주셨다. 제가 많이 따랐다. 지금은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며 웃었다.

최종 경연을 통해 상금 1억 원의 주인공이 된 리누는 우승 상금으로 어머니 병원비로 인해 생긴 빚을 갚을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은 가수란 타이틀은 있었지만 생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음악방송이나 홍보를 하지 못했다”며 “이상한 기획사들을 만나 사기도 많이 당해 제대로 된 가수 활동을 못해봤다. 간간이 앨범을 내고 보컬 트레이닝이나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을 통해 돈을 벌었다”고 힘들었던 무명시간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리누

리누는 2010년 ‘내게 와줘’로 데뷔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진 못했다. 이후 김범수, 엠씨더맥스, 바이브 등 여러 유명 가수의 가이드 곡에 참여해왔다. 이제 스스로의 증명의 시간을 지나 더 많은 대중에 리누의 음악을 들려줄 차례다. 리누는 “불과 3~4개월 전에는 노래로 인정받고 싶어 멋있게 부르려고 애썼는데, 이번 경연을 하면서 노래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를 응원해주시는 이유는 ‘진정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리누의 팬카페도 개설됐다. 팬미팅도 계획 중이라는 리누는 “실제로 제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다는 팬들의 반응을 많이 봤다. 팬카페에도 우울증이나 어린 시절 상처, 큰 상심을 안고 있는 팬들이 저로 인해 위로를 받았다는 글을 많이 올려주신다”며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치유가 될 수 있다는게 기쁘고, 팬 분들의 댓글에 모두 답글을 달기 위해 요즘 매일 밤을 새고 있다”며 팬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리누는 “코로나19가 얼른 끝나고 라이브로 제 노래를 증명하는 무대 갖고 싶다. 방송에서 보는 감동이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무명가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가수 리누’로서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당찬 바람과 함께 가수로서 그려갈 화려한 2막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 | 제이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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