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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이주상기자] 라네프스카야(류바)는 비극의 여주인공이다. 첫 남편은 술에 절어 사망하고 7살난 아이는 물에 빠져 생명을 잃는다. 류바는 다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바람이 난다. 류바는 그런 남자를 위해 재산을 탕진한다.
남은 재산은 러시아의 5월, 영하의 날씨에도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동산 뿐. 그러나 대대로 살던 그곳마저 결국 경매로 넘어간다. 의지할 모든 것을 잃어버린 류바는 결국 비극적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다.
‘벚꽃동산’은 근대연극의 창시자로 불리는 안톤 체홉 원작의 1903년 작품이다. 체홉은 푸시킨-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로 이어진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 마지막 작가로 꼽힌다. 그는 모스크바 의대에 입학했지만 생계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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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화는 오는 5일 부터 8일까지 라네프스카야(류바) 역할로 ‘벚꽃동산(대학로 열린극장)’에 출연한다. 대학로 대표배우 고인배를 비롯해 변형범,신황철,이효숙,임소영,윤준호,최만수,장채원,나준연,이지후,김세정,진주호,조은별 등이 무대에 오른다. 연출은 최영환 동국대 공연예술학과 교수가, 움직임 지도는 남긍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았다.
배우 이주화는 안톤 체홉 연극의 특징으로 “인물들이 실타래처럼 다 연결되어 있다. 인간본연의 감정이 촘촘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100년 넘게 사랑받는 것 같다. 특히 벚꽃동산은 슬픔과 기쁨이 반복교차하며 심금을 울린다”라고 했다.
이주화는 류바가 되기 위해 한달 이상 몰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이전과 다른 결말을 예고했다. 이주화는 “류바의 인생은 안톤 체홉이 정말 작정하고 쓴 비극의 주인공이다. 벚꽃처럼 화려하지만 금방 저버린다. 그러나 꽃이 다시 피는 것처럼 희망은 있다. 체홉도 시대에 맞는 결말을 원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도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벚꽃과도 연결된다. 이주화는 “사는게 힘들 때도 한줄기 삶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때론 견디지 못하고 놓아버린다. 하지만 처절한 환경에서도 다시 희망을 품고 싶다”라고 이번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한편 ‘벚꽃동산’은 대학로 공연에 이어 제18회 고마나루연극제에 초청받아 15일 공주문예회관에서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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