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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기적이 일어났다.
여자배구대표팀은 4일 오전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터키와의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3) 승리했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준결승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한 수 위 상대인 터키를 잡는 이변으로 메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한 수 위 전력을 갖춘 터키는 1세트부터 속공과 타점 높은 공격, 블로킹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은 세트 초중반까지 9-9까지 비슷하게 따라갔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차이가 벌어졌다. 라이트 쪽에서 김희진이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고, 첫 세트를 손 쉽게 빼앗겼다.
분위기는 2세트부터 달라졌다. 1세트에 살아나지 않은 강력한 서브가 위력을 갖추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한국은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드는 예리한 서브를 구사하며 상대 속공을 꽁꽁 묶었다. 여기에 양효진이 2세트에만 블로킹으로 5득점을 기록, 터키 공격을 무력화했다. 여기에 김희진까지 공격이 살아났고 19-9 10점 차까지 달아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터키는 당황한 듯 흔들렸고 2세트를 가볍게 한국이 가져왔다.
3세트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2세트와 달리 터키가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후반까지 접전이 이어졌다. 24-22로 먼저 세트포인트를 가져온 한국은 터키의 추격을 허용하며 24-24 듀스에 접어들었다. 승부는 쉽게 결정나지 않았고 살 떨리는 26-26 듀스 상황에서 ‘클러치박’이 나섰다. 박정아는 연이어 득점에 성공하며 자칫 내줄 뻔했던 3세트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세트스코어 2-1로 역전에 성공한 가운데 4세트 들어 터키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내준 한국은 정지윤과 박은진, 이소영, 안혜진 등을 투입하며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교체였는데 세트 중반까지 2~3점 차로 따라가며 터키를 괴롭혔다. 그러나 초반 빼앗긴 흐름을 되찾지 못하면서 4세트를 허용했다.
결국 경기는 5세트로 이어졌다. 치열한 승부답게 초반부터 접전이 이어졌다. 차이는 초반을 지나면서 나왔다. 한국은 터키의 서브에 흔들리며 원활하게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고 연속 실점하며 3-6 3점 차로 뒤졌다.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박정아의 공격과 김희진의 블로킹으로 1점 차까지 추격했다. 컨디션은 좋은 박정아는 기어이 7-7 동점을 만들었고, 상대 속공 범실까지 겹치면서 8-7로 스코어가 역전됐다. 접전 속에서 한국은 박은진 서브 차례에서 연이어 득점했다. 강한 서브에 터키 리시브가 흔들렸고 김연경이 다이렉트 공격은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12-10 리드를 만들었다. 이어 터키의 공격 범실이 나오면서 3점 차로 벌어졌다. 흐름을 완전히 가져온 한국은 먼저 매치포인트를 가져갔고, 김연경의 득점으로 승리를 연출했다.
김연경은 28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박정아가 16득점으로 제 몫을 했고 양효진이 블로킹 6개 포함 11득점을 책임졌다.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만든 기적이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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