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협회장과 대화하는 김연경
김연경(가운데)이 9일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인천공항=정다워기자] 도쿄에서 은퇴를 언급했던 ‘배구여제’ 김연경이 귀국 현장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도쿄올림픽을 마친 여자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은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연경은 “은퇴 발표라고 하긴 조금 그렇다. 더 의논해야 할 부분이다. 이야기를 더 해봐야 하기 때문에 은퇴를 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어느 정도 결정이 난다면 그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지난 8일 동메달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패한 후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라며 은퇴를 시사했다. 국내 언론, 대중도 이를 사실상의 국가대표 은퇴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김연경의 은퇴 발언 수위는 한 단계 내려갔다. “더 의논해야 한다”라며 은퇴를 단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김연경이 말한 의논 대상은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 회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 회장은 지난 2017년 협회 수장에 올라 올해 초 재선에 성공했다. 온갖 헛발질에 전 국민적 비난을 샀던 전임 회장과 달리 차분한 리더십과 선수를 우선으로 여기는 행정으로 호평을 받았다. 김연경이 지난해 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복근 부상을 당해 소속팀 복귀가 연기된 후 연봉을 삭감하자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만큼 김연경도 협회와 오 회장을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김연경의 은퇴 발언 후 “예전부터 김연경이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국가대표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정말 오랫동안 한국 배구를 위해 헌신한 선수다. 직접 만나서 김연경의 얘기를 들어보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당연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전력을 생각하면 김연경에게 더 뛰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러나 선수의 생각도 존중해야 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표팀은 내년에는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한다. 중국, 일본, 태국 등과 경합해야 하는데 김연경이 빠지면 전력은 크게 약해지고 메달권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연경은 여전히 월드클래스 레프트다. 전성기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 해도 아시아에서는 따라올 선수가 거의 없다. 1년 내로 급격하게 에이징커브가 오지 않는 이상 아시안게임에서도 팀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김연경이 은퇴할 경우 비슷한 나이인 김수지, 양효진 등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기존 전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오 회장도 이 점을 고려해 김연경의 은퇴를 기본적으로 만류하고 싶지만 무리하게 선수의 뜻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김연경도 오 회장을 존중해 일방적으로 은퇴를 못 박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은 오 회장과 충분히 소통한 후 최종적으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회장의 뜻을 받아들여 1년 정도 대표팀 생활을 연장할 수 있지만 애초에 마음먹은 대로 태극마크를 반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김연경 본인의 의사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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