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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이 2019년 10월에 열린 UFC 기자회견에서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신사협정을 체결한 후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아내와 아기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

이렇다 할 설명이 필요 없는 원초적인 답변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MMA 파이터인 ‘코리안좀비’ 정찬성(34)에게 케이지에 오르는 이유를 물으면 직설적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짧고 생경하지만 이보다 진정성이 있는 답변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가족은 그의 전부인 것이다.

그런 정찬성이 설화에 휩싸였다. 정찬성은 최근 자신의 SNS에 ”그래 남편이 안주 내오라고 하면 이 정도는 내와야 안 쫓겨나지“라거나 “남편이 운동하고 왔는데 이 정도는 미리 만들어 놓고 그러니까 내가 너랑 살아주는 거야. 30년만 같이 살아주려 했는데 31년으로 연장됨”이라는 글을 올렸다. 아내를 향해 개구진 표현을 한 것이지만 전후 사정을 떠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면모가 두드러진 글이다.

정찬성의 부인은 2년 연상의 박선영 씨다. 두 사람은 2014년에 결혼해 슬하에 두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두 사람의 SNS를 보면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살가운 표정이 가득하다. 박선영 씨는 정찬성이 외국으로 원정을 가면 외국 음식이 맞지 않는 남편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주기 위해 동행하는 헌신적인 아내다. 여성스럽고 단아하지만, 남편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애정 만점의 아내이다.

해당 글은 여러 커뮤니티에 퍼지며 많은 사람의 공분을 샀다. 한국을 대표하는 파이터가 여성을 비하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읽혀져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으로 정찬성을 비난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아내와의 다정다감함을 표현한 것이지만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정찬성이 걸어온 길과 인생철학, 성품을 보면 비난을 받는 것이 이해되기 어렵지만, 문구 자체가 남녀차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찬성이 공인이기 때문에 더욱 비난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 지인들에게는 살갑고 다정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일반인들 특히 여성들에게는 정찬성을 곱게 바라볼 수 없는 표현이었다.

정찬성은 이미 설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 2019년 정찬성은 브라이언 오르테가와의 대결을 앞두고 ‘겁쟁이’라는 등 이전에 쓰지 않던 표현을 써가며 오르테가를 자극했다. 트래시토크를 구사하지 않은 걸로 유명한 정찬성이지만 한국 내 격투기 열풍을 불러일으키려고 일부러 도발했다. UFC에서 트래시토크는 당연한 일로 여겨질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체질이 문제다. 정찬성의 기질상 트래시토크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2019년 10월 두 사람의 대결을 앞두고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찬성은 트래시토크를 하지 않겠다며 신사협정을 제안했고, 오르테가와 악수를 하며 마무리했다. 같은 해 12월 부산에서 예정됐던 두 선수의 대결은 오르테가의 부상으로 프랭키 에드가로 대체됐다.

정찬성은 에드가를 KO시키며 톱컨텐더로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오르테가와는 껄끄러운 관계가 계속 이어졌다. 오르테가는 절치부심했고 드디어 차기 타이틀샷을 놓고 지난해 10월 정찬성과 중동 아부다비에서 조우했다.

오르테가는 정찬성을 압도하며 타이틀샷을 따냈다. 애초 전문가들은 7:3의 비율로 정찬성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정찬성은 모든 면에서 오르테가에게 뒤졌다. 특히 오르테가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타격과 체력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정찬성을 꼼짝 못 하게 했다.

한국민들에게 격투기를 알리기 위해 쓴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비록 챔피언 벨트를 획득하지 못했지만, 정찬성은 한국 격투기를 대표하는 선수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든 국민의 관심을 받는 위치에 올라 있는 선수다. 말 한마디에도 경중을 따져 이야기하는 매너가 필요한 시점이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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