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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네르바체서 데뷔전을 치른 김민재.출처 | 페네르바체 SNS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유럽파’ 김민재(25·페네르바체)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르며 핑크빛 미래를 예고했다.

김민재는 23일(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쉬크뤼 사라졸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안탈라야 스포르와의 2021~2022 터키 수페르리가 2라운드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선발로 출격한 김민재는 후반 42분 아르다 굴레르와 교체되기 전까지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2-0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첫 경기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데뷔전이었다. 김민재는 특유의 피지컬을 이용한 대인마크로 상대 공격수를 제압했다. 신장 193㎝의 장신 스트라이커 하지 라이트는 김민재와의 몸싸움에서 밀려 몇 차례 나가 떨어졌다.

김민재는 기록 면에서도 우수했다. 페네르바체는 터키 리그에서 전력이 우수한 편이라 공세를 펼치는 스타일이다. 대신 역습을 자주 맞는 편인데 김민재는 상대의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 공 탈취 횟수 4회로 팀 내 공동 1위였다. 여기에서 공중볼 경합 6회로 제공권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패스 능력이 좋은 선수답게 84%의 준수한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공격 본능도 발휘했다. 후반 11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헤더로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상대 선수가 막아내지 않았다면 골이 됐을 결정적 장면이었다. 유럽 무대에서도 김민재의 장점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기였다.

특유의 강심장 근성도 빛났다. 유럽 도전이 처음이지만 김민재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경기 전 관중이 김민재의 이름을 외치자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박수를 치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괴물’이라는 별명답게 이미 빠르게 팀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반응도 뜨겁다. 축구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은 김민재에게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7.6을 부여했다. 터키 언론 휴리엣은 ‘김민재가 첫 경기서 눈도장을 찍었다’라는 제목과 함께 ‘좋은 경기력으로 빛났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라고 평가했다. 페네르바체 SNS에도 김민재를 호평하는 팬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김민재는 우여곡절 끝에 유럽 무대에 등장했다. 지난 2년여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 왓퍼드,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와 연결됐고, 최근에는 포르투갈 명문 FC포르투와 협상하기도 했다. 선수 본인도 마음고생을 하며 고심 끝에 페네르바체를 선택했다. 주전으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고, 향후 더 큰 무대로 진출하기에 용이한 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김민재는 홍정호 이후 오랜 만에 유럽에서 뛰는 한국산 센터백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터키 리그는 유럽 빅리그에 비해 확실히 수준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리그는 아니다. 터키 특유의 피지컬과 힘, 속도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선수가 첫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데뷔전만 보면 김민재는 성공적으로 페네르바체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민재는 전북에서도, A대표팀에서도 빠르게 적응한 경험이 있다. 유럽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적응력’이 탁월한 선수다.

다음 경기는 27일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라운드 2차전이다. 페네르바체는 HJK 헬싱키와의 1차전서 1-0 승리했다. 2차전을 넘으면 본선에 갈 수 있다. 김민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유로파리그에서 활약하면 팀에서 큰 신뢰를 얻는 동시에 빠르게 팀에 녹아들 수 있다. 더불어 유럽 전체에서 주목 받을 수 있다. 지금은 당장 팀에 자리 잡는 게 우선이지만 미래를 고려하면 유로파리그에서의 활약은 진로에 큰 도움이 된다.

한편 김민재는 9월 열리는 월드컵 최종예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 진출 후 처음으로 한국을 오가는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선수다. 유럽에 가서 특징, 장점을 더 성장시켜나갈 것이라 본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유럽파 센터백을 보유하게 된 A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든든하게 최종예선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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