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흥민, 내 골보다... 더 기뻐~!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의조(왼쪽)와 손흥민(가운데).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눈빛만 봐도 통한다. 한국 축구 최전방을 이끌며 ‘영혼의 파트너’로 불리는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이상 29)가 재결합한다. 둘은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최종 관문에 들어선 축구 국가대표 ‘벤투호’의 첫 상대 이라크 격파에 앞장선다.

축구대표팀 ‘캡틴’이자 붙박이 윙어인 손흥민과 대체 불가 ‘원톱’ 황의조는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1차전 이라크전 출격을 기다린다.

한국 축구는 이례적으로 중동 5개국(이란, 아랍에리미트,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월드컵 최종 예선 같은 조에 포함됐다. 장거리 원정이 불가피하고 안방 텃세가 심한 중동 팀과 대결은 아시아를 넘어 타 대륙 국가도 꺼린다. 게다가 중동 팀은 한 수 위 상대를 만나거나 경기 흐름에 따라서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끄는 이른바 ‘침대 축구’로 악명이 높다. 최종 예선에서 경기 외적 변수가 많은 중동 팀과 겨뤄야 하는 한국 축구로서는 초반 승점 획득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향하는 데 중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포토] 골 넣고 손흥민과 환호하는 황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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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투호, 중동 지옥 탈출하라

‘벤투호’는 지난 2018년 출범 이후 31차례 A매치를 치러 승률 61%(19승8무4패)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중동 팀을 상대로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까지 7차례 겨뤄 3승3무1패다. 특히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메이저 대회였던 2019년 1월 아시안컵에서 차기 월드컵 개최지 카타르와 8강에서 격돌해 0-1로 패한 적이 있다. 한국 축구는 이번 최종 예선에서 월드컵 본선 티켓을 손에 넣는 동시에 중동 징크스를 완벽하게 무너뜨려야 한다.

그 중심엔 단연 ‘손·황’ 듀오가 있다. 벤투호 출범 이후 A매치 13골로 최다골 기록을 기록한 황의조는 중동 팀을 상대로 2골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6월11일 국내에서 중동의 최강자로 꼽히는 이란(1-1 무)을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했고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카타르와 친선전(2-1 승)에서도 결승골을 넣으며 아시안컵 8강전 패배 설욕에 주연 구실을 했다. 어느덧 A매치 91경기(27득점)를 뛴 손흥민도 중동 팀과 맞대결에서 3골을 터뜨렸다. 특히 지난 6월13일 국내에서 열린 레바논과 2차 예선 최종전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포함해 두 골에 이바지하며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포토] 손흥민, 황의조와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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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은 케인처럼, 황의조는 손흥민처럼

이라크에도 ‘손·황’ 듀오는 경계 대상 1호다. 그러나 유럽 빅리그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로 거듭난 둘은 상대 견제를 극복할 힘을 지니고 있다. 특히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의 ‘공격 파트너’인 해리 케인처럼 대표팀에서 조력자 구실까지 하고 있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골잡이 케인은 지난해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상대 집중 견제가 이뤄지자 전방에 머물지 않고 2선까지 내려와 폭넓게 움직이면서 수비를 끌고 다녔다. 그리고 배후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여러 차례 특급 패스를 건넸고 손흥민은 특급 마무리로 화답했다. 둘은 지난 시즌 14골을 합작하며 EPL 단일 시즌 이 부문 신기록을 썼다.

손흥민은 이런 경험을 대표팀에서도 십분 발휘하고 있다. 2년 전 오스트리아에서 카타르를 제압할 때도 손흥민은 케인처럼 활동폭을 넓히며 상대 수비를 분산시켜 황의조의 결승골을 도왔다. 최근 들어서도 황의조가 소속팀, 대표팀을 오가며 꾸준히 득점력을 발휘하고 있어 손흥민은 도우미 구실에 집중한다. 이라크전에서도 ‘손·케인’ 듀오처럼 ‘손·황’ 듀오가 시너지를 발휘하면 의외로 경기가 쉽게 풀릴 수 있다.

‘벤투호’는 지난달 30일 소집했으나 손흥민, 황의조 등 주력 유럽파가 하루 뒤에 합류하면서 완전체로 이라크전을 대비한 건 사실상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기존 주력 요원이 선발로 뛸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피로와 시차 등이다.

[포토] 손흥민-황의조 \'맘껏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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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랭킹 36위 한국은 이라크(70위)보다 한 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2006 독일월드컵 당시 한국을 지휘한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라크는 최종 예선을 앞두고 스페인과 터키에서 전지훈련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했다. 만 21세에 A매치 35경기를 뛰며 17골을 넣은 모하나드 알리(알두하일)가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 9년을 뛴 ‘중동파’ 남태희는 상대 밀집수비와 침대 축구 전략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이른 선제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격 선봉에 나선 ‘손·황’ 듀오가 이라크의 반격을 돌려세울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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