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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라크전을 하루 앞둔 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답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위기는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 이라크전에서 무기력했던 축구국가대표 ‘벤투호’가 레바논전에서 한 차원 달라진 경기력을 펼칠 것인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2차전 레바논과 경기에 나선다. 벤투 감독은 경기 하루 전인 6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더 적극적으로, 더 빠르게”를 외쳤다.

이례적으로 중동 5개국과 월드컵 최종 예선 한 조에 묶인 한국은 초반 승점 3 획득이 매우 중요하다. 중동 팀과 맞대결은 장거리 원정이 불가피하고 상대 텃세도 극복해야 하는 만큼 승점 획득이 더디면 막바지에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 이번 1~2차전은 모두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벤투호’엔 전승이 목표였다. 그러나 이라크전에서 슛 수 15-2의 압도적인 우위에도 결정적인 기회 창출에 실패하며 승점 1을 얻는 데 그쳤다. 레바논전은 승리는 물론이요, 향후 확신을 품을 만한 경기력이 나와야 한다.

특히 벤투 감독은 레바논과 2차 예선에서도 두 번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하지만 상대 밀집 수비에 역시나 쉽지 않은 승부였다. 원정에서는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고, 지난 6월 홈에서 치른 두 번째 대결에서는 상대 자책골과 손흥민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묶어 2-1 신승했다. 그 이후 레바논은 체코 출신 이반 하세크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히고 터키에서 전지훈련을 시행하며 팀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난 아랍에미리트(UAE)와 최종 예선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겨 승점 1을 따냈다. 당시에도 치밀한 수비가 돋보였는데, 한국을 상대해서도 집요한 밀집 수비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벤투호가 이번에도 밀집 수비를 극복하지 못하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은 험난해진다. 벤투 감독은 “이라크전과 다른 시도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포메이션, 여러 선수를 바꾸는 것보다 다른 플레이를 해야 한다”며 “공격 파트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더 빠르게 해야 한다. 또 초반부터 침착하게 우리 경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이재성(마인츠), 황인범(루빈 카잔) 등 유럽파는 지난 이라크전에서 장거리 비행에 따른 시차와 피로 때문인지 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유럽파) 일부 선수는 지난달 30일, 나머지 4명은 31일에 각각 귀국해 이틀 뒤 이라크전을 치렀다. 우리는 잘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번엔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맞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이동경(울산 현대) 등 K리그1에서 물오른 경기력을 보이는 공격수를 투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낸다. 하지만 선수 기용에 보수적인 편인 벤투 감독은 기존 유럽파 주력 멤버를 우선 선발로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도 결과를 내지 못하면 그의 선수 기용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령탑의 무덤’으로 불리는 월드컵 최종 예선 초반에 벤투 감독이 어떠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승수를 쌓을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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