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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 심수봉 공연이 좋은 향기가 되어 전세계로 피어나갔으면 합니다.”
지난해 추석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을 통해 전국에 ‘나훈아 신드롬’을 몰고 왔던 KBS가 올해 추석에는 가수 심수봉을 통해 안방극장에 감동을 전했다. ‘2021 한가위 대기획-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이하 피어나라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지친 국민들에 노래로 희망과 위로를 전해주는 심수봉의 비대면 공연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번 기획은 심수봉이 단독 TV쇼로 시청자들과 만나는 것이 26년 만이라 방송 전부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지난 19일 방송은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에 올랐고, 21일 방송된 공연 뒷이야기를 담은 특별판은 심수봉의 감사 인사와 4개월 대장정을 마무리한 공연 비하인드를 담아내며 화제를 모았다.
‘피어나라 대한민국’ 연출을 맡은 이태헌 PD는 23일 스포츠서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심수봉 선생님과 큰 무대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4개월 동안 심수봉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공연을 준비한 이 PD는 “한 명을 위해 프로그램을 ‘올인’해 본 적은 없었다. 4~5개월을 준비하며 연출자로서도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었다”며 “KBS이기에 가능했던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심수봉과 저 모두에게 반전을 위한 도전을 하게 되어 행복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피어나라 대한민국’은 지난달 29일 1000명의 온라인 관객과 함께 비대면 공연으로 진행됐다. 오프라인 공연을 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 안전하게 공연을 마쳐 다행이라는 이 PD는 “합창단만 200명, 안무가만 150명이고 총 1000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한 공연이었는데 PCR 검사 등 철저한 방역으로 코로나19 피해 없이 안전하게 공연을 마무리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회했다.
방송 직후 심수봉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는 이 PD는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좋았다고 하셨다. 본인께서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감히 전해드릴 수 있을까 걱정하셨다고 했는데, 방송을 보시고 오히려 자신이 위로받고 행복했다고 하시더라. 희망을 보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연출자로서 보람이 컸다”고 당시의 감동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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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때 그 사람’을 부르며 데뷔를 한 심수봉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사랑밖엔 난 몰라’ ‘백만송이 장미’ 등 제목만 들어도 온 국민이 익숙한 히트송들을 만들어내면서 국민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방송에서 심수봉은 대표 히트곡은 물론 잔나비 최정훈, 양동근, 포르테 디 콰트로, 씨엔블루 정용화 등 후배 가수들과 협업 무대까지 20곡이 넘는 무대를 꾸몄다.
이 PD가 곁에서 본 심수봉은 어떤 가수였을까. 이 PD는 “그 시대에 흔치 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이신데, 음감과 노래에 대한 이해나 기준이 명확한 분이시다. 노랫말을 직접 작사하시기 때문에 감성적이시다”라며 “또 무거우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활발하시고 후배들과의 작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도 흔쾌히 같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분이시다. 소녀감성도 넘치신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BS는 지난해 나훈아에 이어 올해는 심수봉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들로 추석을 맞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PD는 “나훈가 강렬했다면 심수봉을 통해선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하고 따뜻한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피어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을 심수봉의 대표곡 ‘백만송이 장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잘 피어내고 위축되어 있는 분들께 심수봉 공연이 좋은 향기가 되어 전세계로 피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기획 계기를 밝혔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도 전했다. 이 PD는 “부모님, 자녀들과 3대가 같이 앉아 TV를 봤다는 반응이 인상깊었다. 또 심수봉 노래가 이렇게 화려하고 거대한 세트에도 어울린다는걸 처음 느꼈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새로운 심수봉’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저희의 기획의도가 잘 전달된 거 같아 기뻤다”며 “‘나훈아가 코로나를 때려서 쫓아냈다면 심수봉은 달래서 보내는 느낌이다’라는 댓글도 재미있었다.(웃음) 무엇보다 악플이 없어서 신기하면서도 좋았다”라고 기억했다.
나훈아, 심수봉에 이어 내년 한가위에 또 다른 희망을 전할 가수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PD는 “30주년을 맞은 서태지나 ‘정통 강호’ 패티김 선생님이 무대에 서시면 어떨까하는 바람이 있다. 또 정통가요를 해왔으니 BTS, 아이유 같은 젊은 감성을 가지면서도 전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해보고 싶다. 아직까진 제 바람이다”라며 “앞으로도 전세대와 전국이 같이 볼 수 있는 무대를 통해 KBS가 추석의 한가위 뜻깊은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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