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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도대체 왜 쌍둥이는 사과 한마디를 하지 않은 것일까.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그리스리그 PAOK 구단 이적이 확정됐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지난 28일 대한민국배구협회에 쌍둥이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위한 공문을 보냈다. 자매의 이적을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를 지급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과 함께 29일 오후 7시까지 전달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ITC를 발급하겠다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의 태도는 강경했다. 앞서 협회는 ‘배구 유관기관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그 집행 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자, (성)폭력 등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배구계에 중대한 피해를 끼친 자의 해외 진출 자격을 제한한다’는 협회 내 규정을 근거로 삼아 쌍둥이의 ITC를 발급할 수 없다는 의사를 고수했다. FIVB의 통보에도 협회는 뜻을 바꾸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처음부터 규정에 따라 두 선수의 해외 이적이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FIVB로부터 공문이 왔지만 협회 결정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협회의 의사와 관계 없이 FIVB의 선택에 따라 쌍둥이는 이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쌍둥이의 선택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일정 기간 자숙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국내 무대에서 뛸 길이 열린다는 게 대다수 배구 관계자들의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당장의 출전을 위해 조건이 좋지 않은 그리스로 떠난다.
한 관계자는 “철 없던 어린 시절 저지른 잘못 아닌가. 본인들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낸다면 언젠가는 V리그에서 뛸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도 그 사과 한마디가 하기 싫어 더 어려운 길, 어쩌면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간 것 같다. 잘못한 일을 사과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아직 젊은 선수들인데 안타깝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쌍둥이는 올해 초 과거 학교폭력 사실이 알려진 후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얼마 후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어 피해자 측과 소송전에 들어갔다. 폭로 내용과 사실이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방송 인터뷰를 통해 “칼을 휘두른 것은 사실이 아니다. 손에 들고만 있었다”라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사실상 범죄 사실을 자백한 것과 다름이 없는 발언이었다. 대중이 완전히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을 통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협회가 징계 없이 규정만으로 자매의 해외 진출을 막는 것에 허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쌍둥이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거론하기 전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게 우선이었다. 대중이 쌍둥이, 그리고 이를 대변하는 언론의 논리에 싸늘하게 반응하는 것도 순서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협회의 규정 적용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 쌍둥이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가장 먼저 잘못된 것이다. 우선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면 협회도, 대중도 다르게 반응하지 않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사건 전까지만 해도 국가대표팀의 핵심 멤버였다. 기량도, 스타성도 출중한 한국 배구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통렬하게 반성하는 시간을 보냈다면 배구계도 시기에 맞춰 자매의 복귀를 추진했을 텐데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중론이다.
V리그의 한 관계자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V리그 흥행에 도움이 됐던 선수들 아닌가. 현재 분위기라면 두 선수의 국내 복귀는 가늠하기 어렵다. 불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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