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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여지없었다. 이번에도 우천취소를 결정하자 비가 그쳤다. 오후 5시 45분 우천취소를 발표했는데 몇 분 후 비가 잦아들었고 오후 6시경에는 비가 멈췄다. 기상 레이더에 자리했던 구름도 완전히 사라지면서 이후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지난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취소된 LG와 롯데 경기 얘기다.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12일 잠실 경기도 그랬다. LG와 SSG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 또한 우천취소 발표 후 비가 그쳤다. 당시 6시 10분 우천취소를 결정했는데 경기 시간 6시 30분 전후로 비구름이 사라졌다. 선수들은 머쓱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야구장을 떠났다.
여유부릴 상황이 아니다. 초유의 시즌 중단 사태로 인해 어느 때보다 긴 정규시즌을 치러야 한다. 취소된 경기들은 무거운 짐으로 돌아온다. 우천취소된 8월 12일 잠실 경기는 10월 6일 더블헤더로 편성됐다. 9월 29일 잠실 경기는 10월 25일에 진행된다. LG는 10월 23일부터 30일까지 더블헤더 포함 9연전에 임한다. 롯데는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홈 3연전을 치른 후 25일 잠실 LG전,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27일부터 홈 4연전에 임한다.
그런데 10월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 몇 경기 더 우천으로 취소되면 11월 정규시즌도 가능하다. 만일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LG와 키움의 잠실 3연전 중 한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 이 경기는 11월 1일에 편성된다.
성급한 우천취소로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은 선수단 뿐이 아니다. 주 6일 근무가 일상인 잠실구장 관리자들은 휴일을 반납한 채 새로 편성된 일정에 맞춰 출근해야 한다. 매년 쉴틈없이 잠실구장에서 경기가 진행되면서 잠실구장 관리자들도 혹사당하고 있다.
이제는 관성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144경기 체제, 변덕스러운 날씨에 맞춰 보다 엄격하게 우천취소를 결정해야 한다. 29일 잠실 경기를 맡은 한용덕 감독관은 “전날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그라운드 상태가 악화됐다. 그라운드를 재정비하는데 한 시간 반이 필요했다”며 “취소 결정을 내리는 시점에서는 오후 7시 30분까지 비 예보가 있었다. 10월 25일로 예비일정이 잡혀 있었고 롯데가 바로 부산으로 향하는 것을 고려해 경기를 취소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롯데는 이날 취소된 경기로 인해 10월 25일 단 한 경기를 치르러 서울로 향해야 한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결정을 유보했다면 29일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28일 잠실 경기도 그랬다. 오후 6시 10분부터 비가 약해졌고 이에 맞춰 그라운드를 정비해 오후 7시에 경기가 시작했다. 29일 오후 6시경 비가 그친 것을 고려하면 7시 30분부터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경기수가 적었고 잔여일정에 여유도 있었다.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에는 예매된 티켓들이 줄줄이 취소돼 구단 매출에도 타격을 줬다. 우천으로 경기가 순연되고 날씨 좋은 날 경기가 열리는 게 매출 면에서 이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볼 곳이 없다. 우천취소 경기가 늘어날수록 고척돔 포스트시즌 경기만 늘어난다. 이미 2년 연속 고척돔 한국시리즈가 확정된 상황에서 자칫하면 플레이오프까지 고척돔에서 열릴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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