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리뷰

[스포츠서울 | 김선우기자]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세계관 ‘지옥’의 문이 열렸다.

오는 11월 19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지옥’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산행’을 연출하고 ‘방법’을 집필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 받았다. ‘지옥’은 총 6부작으로 구성됐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김신록, 김도윤, 류경수, 이레 등 걸출한 배우들이 합심했다.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선공개 된 곳은 부산이었다. ‘지옥’은 지난 15일 폐막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부국제)에서 신설된 ‘온스크린’ 섹션에 초청돼 관객 앞에 섰다.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시사회는 수 많은 관객들로 객석이 채워졌다. 유아인부터 이레까지, 주역들도 부산을 찾아 무대 위에 올라 상기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유아인은 “도발적인 제목에 끌려 출연하게 됐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상영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지옥’은 영화제가 마침표를 찍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회자되며 최고의 수확 중 하나로 꼽히는 콘텐츠다.

지옥 오픈토크1

이번 영화제에서는 6부 중 3부까지 공개됐다. 1부에서는 살인과 더불어 지옥행을 예고 받은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아무리 운명을 거스르려 해도 바꿀 수 없는 불가항력처럼 느껴진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두려움에 휩싸이고, 예고 살인과 지옥행을 미리 알아 차린 새진리회와 정진수(유아인 분) 의장에 대한 신뢰를 하루가 다르게 높아진다. 하지만 이를 의심하는 민혜진(김현주) 변호사는 의구심을 품고 다시 다음 지옥행의 주인공이 된 박정자(김신록)를 보호하기에 나선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고 민혜진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경찰인 진경훈(양익준)도 최선을 다하지만 두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설상가상 딸(이레)까지 새진리회와 엮이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3부까지는 유아인과 김현주가 대부분의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여기에 공연계 스타 김신록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부녀로 출연하는 양익준과 이레도 극의 터닝포인트를 차지한다. 극중 BJ로 출연하는 김도윤은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비주얼과 연기력으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박정민, 원진아, 류경수는 후반부에서 활약을 펼칠 예정이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도 러닝타임 내내 몰입감을 놓친다.

그동안 연상호 감독은 K좀비를 조명한 ‘부산행’, 시체가 다시 살아나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의 ‘방법’ 등 다양한 장르물에 도전했다. 그로 인해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라는 수식어가 생겼을 정도다. ‘지옥’ 역시 지옥행을 예고한다는 신선한 설정과 그 안에 담긴 사회의 문제, 인간의 죄의식 등 철학적인 요소도 함께 담겼다. 공 들인 CG도 돋보인다. 그러나 동명의 원작에 비해서는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담기지만, 후반부에서 어떻게 고조시킬지 주목된다.

넷플릭스 속 K-콘텐츠의 기세가 남다른 시기다. ‘오징어 게임’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사랑 받으며 새로운 뉴웨이브가 일어나고 있다. ‘지옥’이 열풍을 이어 받아 또 한 번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넷플릭스,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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