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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호령과 롯데 김주현의 카톡 화면 캡처

[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다.”

프로야구에서 불거진 타격왕 밀어주기 논란과 관련해 KIA 김호령(29)이 롯데 김주현(28)에게 보낸 카카오톡(이하 카톡) 메시지에는 “(김)주현아 어쩔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이처럼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점은 KIA와 상무의 퓨처스리그 최종 2연전(8~9일)이 끝난 후였다. 상무 서호철은 그 2연전에서 번트안타 2개 포함 6타수 4안타로 타격왕을 확정했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무-KIA전에서 실제로 타격왕 밀어주기가 진행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호령은 그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카톡 메시지는 김호령이 먼저 김주현에게 건네왔다. 두 선수는 경찰야구단에서 한솥밥을 먹은 가까운 사이다. 김호령이 김주현에게 어쩔수 없었다고 하자 김주현도 “괜찮다. 어쩔수 없지”라고 답한다. 김호령이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다”고 털어놓자 김주현은 서호철의 번트안타를 거론했다. 서호철의 올시즌 번트안타 2개가 KIA와의 2연전에서만 나왔기 때문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듯 둘은 가볍게 카톡 대화를 이어가다가 서로 통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짬짜미’ 정황이 흘러나왔다. 김주현은 “(김)호령이 형이 ‘박치왕 감독이 KIA에 와서 (서호철의) 첫 타석은 번트, 두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못치면 세 번째 타석에서 다시 번트를 댄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타격왕 확정후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은 KIA 강경학도 김주현과의 통화에서 역시 ‘짬짜미’로 의심받을 만한 내용을 주고받았다. 강경학은 서호철의 번트안타 코스가 좋았다고 하면서도 김주현의 의혹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김주현이 “박치왕 감독이 KIA와서 해 달라고 했냐?”고 묻자 강경학은 “너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치왕 감독이 말 안했어?”라고 김주현이 재차 질문을 던지자 강경학은 “내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어”라고 답했다.

이어 “나는 중간에서 뭐하는 짓인지. 미팅에서 말하지 말라고 똑같이 (수비)한거라고. 말이 새면 안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하면 말 안해도 다 알텐데…. 이걸 굳이 우리가 입맞춘다고. 너만 기분이 더럽지. 이미 위에서 다 말 맞춰가지고 하는데 어떡하냐. 우리는…”이라고 했다. 김주형이 “형도 어쩔수 없죠”라고 하자 “그거 안했으면 어떻게든 하려했겠지. 우리도 보면서 ‘이건 아닌데…’ 그랬다. 이러면 안되는데…”라고 반응했다.

강경학은 이에 대해 “(김)주현이가 억울하고 화가 나 있어 달래주려고 맞춰준거다. 나는 정상적으로 경기했다”고 본지에 해명했다. 김호령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선수들간의 대화를 종합해보면 타격왕을 만들기 위해 기록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기록을 ‘조작’하려한 정황이 감지된다. 이는 자칫 리그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건이 될 수 있다. KBO의 엄정한 조사와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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