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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꿈꾸는 기분…여자 포켓의 김연경이 될게요.”
수화기 너머 들려온 김혜림(18·성암국제무역고)의 목소리에서 10대 소녀다운 통통 튀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큐를 잡은 이후 이런 관심이 처음이어서 얼떨떨하다는 그는 당구에 관한 깊숙한 대화가 오갈 땐 진중한 톤으로 바뀌기도 했다.
김혜림은 한국 여자 포켓볼에 새로운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서 끝난 2021 세계주니어9볼선수권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 차유람 등 한국 여자 포켓을 대표하던 스타 선수가 프로당구 PBA(3쿠션)에서 활동 중인 가운데 뒤를 이을 재목에 대한 관심이 컸다. 김혜림이 바통을 이어받는 모양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별이 아니다. 그는 올해 경남고성군수배 고등부 여자 개인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당구 기본기와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로 평가돼 왔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김혜림에게 첫 국제 대회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제 가치를 발휘하면서 스타성을 입증했다. 비록 결승에서 개최국 오스트리아의 레나 프리머스에게 패했으나, 이전까지 폴란드, 미국, 일본 유망주와 겨뤄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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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에 미나 타니(일본)와 8강전(9-6 승)이다. 그는 “주변에서 한·일전이라고 해서 생각보다 신경이 쓰이더라”고 웃더니 “이전 경기까지는 내가 한 번도 지고 있지 않았다. 미나와 경기는 계속 1점씩 밀려서 압박감이 컸는데 역전승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래 경기에서 뒤지면 그대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하던 대로 하자’고 각성했더니 페이스를 찾더라. 그 경기로 자신감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당구를 시작한 이후 이처럼 다양한 국적, 문화의 선수와 큐를 겨룬 건 처음이다. 그는 “결승에서 붙은 프리머스는 실수해도 씩씩하게 치고, 쇼맨십도 있더라. 배울 점이 많았다”며 “경기 끝나고 대부분 또래여서 금세 친해졌다. SNS 친구도 맺었다”고 웃었다.
김혜림은 초등학교 시절 핸드볼 선수로 각종 시·도대회에 뛰었을 정도로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땐 친구들과 배구를 하러 갔다가 배구 명문 수유초 감독에게 눈에 띈 적이 있다. 그는 6학년 때 실제 배구 선수를 지망했는데, 부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혜림은 “아버지께서 (구기 종목 하면서) 부상을 염려했고 좀 더 차분한 운동을 하기를 바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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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림의 아버지는 우연히 딸에게 당구를 권했다. 운동신경이 좋은 그는 공을 치면서 일찍 흥미를 느꼈다. 중학교 1학년 때 전국대회 중등부에 출전했는데 세계선수권처럼 처음부터 입상하며 두각을 보였단다. 그는 “처음부터 포켓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빠지게 됐다. 전국대회 입상을 계기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면서 “아버지도 심판, 지도자 자격증을 따시는 등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혜림이 첫 국제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르면서 아버지도 덩달아 신이 났다. 그는 “처음엔 코로나 시국이라 ‘무사히 돌아만 오라’고 하셨다. 좋은 성적을 내니까 아버지가 ‘지인에게 연락이 쏟아진다’며 기뻐하시더라”고 했다. 그 역시 학교 친구 사이에서 스타가 됐다. “전국 대회 우승했을 때와 반응이 다르더라”고 말한 김혜림은 “이번에 준우승하니까 친구들이 ‘너 이정도였어?’라고 했다”고 웃었다.
여전히 배구를 좋아한다는 김혜림은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의 4강 신화를 언급했다. 그러더니 “김연경 선수의 타고난 리더십,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부심을 품는 게 멋지더라”며 “나도 포켓의 김연경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웃었다. 그는 “앞으로 국내 성인부 랭킹 1위를 한 뒤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게 목표”라며 “당구를 더 많이 알리는 데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당돌하게 말했다.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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