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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오버워치, 콜 오브 듀티 등 세계 최대 게임개발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CEO 보비 코틱이 최근 불거진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 사태에 관리 책임을 지고, 연봉을 99.6% 자진 삭감했다.
연간 1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던 코틱은 주법에서 정한 최소 연봉인 6만2500달러를 받겠다며 이사회에 감봉안 승인을 요청했는데, 이는 한화 7300만원 선으로 기존 연봉의 0.038%에 불과하다.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긴 하나 블리자드의 사내 성희롱·성차별 사태가 불매운동으로 번질 정도로 충격적인 상황이라 봉합이 될지는 의문이다.
앞서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DFEH)은 2년 여의 조사를 거쳐 블리자드가 성차별적인 남성 위주 문화와 사내 성희롱을 방치해 주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DFEH의 조사에 따르면 블리자드 소속 한 여직원은 함께 출장간 남성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이 남성은 사내 파티에서 여성의 누드 사진을 동료직원과 돌려보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여성은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블리자드 사내문화에 대한 조사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이 자주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관리자의 적절한 조치가 미흡했거나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피해를 겪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여성 직원은 경력이 있어도 임신 등으로 업무 연결성이 떨어질까봐 승진에서 배제했으며, 급여도 남성 직원 대비 20% 낮게 책정하는 등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에 대한 노골적인 배척이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추가 증언들도 충격적이다. 블리자드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이들은 “재직 당시 게임 라운지에서 성관계를 목격하지 않은 사람, 사내 성희롱을 당하지 않은 여성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남성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지만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밝히지 못했다”라는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블리자드는 사태 방치의 책임을 물어 J 앨런 브랙 사장을 경질했고 성희롱 사건 등에 연루된 직원 20여 명을 해고했다. 하지만, 그동안 숨겨졌던 성희롱 사건이 봇물 터지듯 폭로되며 연방정부도 블리자드 조사에 나섰다.
블리자드는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제기한 다른 소송에선 210억 원이 넘는 피해자 보상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코틱 CEO를 소환해 별도 조사를 개시했다.
아울러 여성과 성 소수자 직원 채용을 50% 늘리고 성희롱·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직원을 보복한 관리자가 추가로 드러나면 즉시 해고하겠다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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