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설영호가 ROAD FC와 계약을 맺은 후 김대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ROAD FC

[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아직 프로파이터가 아닌 싸움꾼이다. 프로파이터 그릇도 안 된다. 그냥 봐달라. 아마 엄청 재미있을 것이다. 원초적인 본능의 싸움을 보여 주겠다.”

언뜻 들으면 겸손해 보이지만 말속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주인공은 요즘 장안의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격투기 프로그램 ‘파이터클럽’의 1번 선수 설영호(27)다. 히피처럼 긴 머리를 흩날리며 케이지 안과 밖을 호령하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게다가 불퇴전의 각오로 달려드는 야성미는 승패를 떠나 순도 높은 짜릿함을 선사했다. 자기 말처럼 설영호는 즐겁게 대결했고 3연승의 성적표를 받았다. 에피소드마다 극사실성을 보여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파이트클럽은 지난달 4일과 11일에 1, 2화를 방영했다. 평균 조회수가 300만 뷰에 육박했고, 유튜브 댓글은 1만 개를 넘어섰다.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점화시킨 것은 단연 설영호였다.

결국 대한민국 최고의 격투기 단체인 ROAD FC가 설영호를 차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ARC 006가 열렸다. 대회가 끝난 후 설영호는 케이지에 올라 ROAD FC 김대환 대표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정식 파이터가 아닌 일개 ‘싸움꾼’이 등록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설영호의 손을 꽉 쥔 김대환 대표는 “프로모터가 그렇게 매력 있는 친구를 계약하지 않는다는 게 외려 이상한 일이다. 설영호는 파이트클럽 세트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정문홍 ROAD FC 회장과 나 그리고 ROAD FC 선수들은 대기실에서도 설영호 얘기만 했다. 솔직히 그런 스타성은 타고나는 거다. 권아솔처럼 말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짜 케이지에 발을 들여놓은 설영호는 “일단은 싸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신이 나고 감사하다.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한 뒤 “아직은 프로파이터가 아닌 싸움꾼이다. 원초적인 본능의 싸움을 팬들에게 보여 주겠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자기 멋대로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의 소유자인 설영호를 만났다.

- 본인이 생각하는 ROAD FC 데뷔 시기는?

이번 연도는 낚시하면서 더 놀고 싶다. 눈 오는 날 막걸리도 마셔야 해서 내년에 하고 싶다.

- 파이트클럽에서 팬들의 시선을 끈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원래 엄청나게 자유분방하게 사는 사람이고, 할 말 다 하는 성격인데,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나는 격투기도 하나의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니까 그걸 사랑해 주신 것 같다.

- 파이트클럽의 매력은?

마음대로 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신이 났다.

- 파이트클럽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부담될 텐데 즐기는 모습이다. 평소 성격이 궁금하다.

유명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화제가 됐을 뿐이다. 지금과 같은 관심과 인기가 계속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평소처럼 살고 있다. 성격은 파이트클럽에서 보는 것과 똑같다. 자유분방하고, 할 말 다 하고, 기웃거리고, 원래 그렇게 사는 사람이다.

02
설영호가 ROAD FC 김대환 대표 앞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ROAD FC

- 롤모델과 싸우고 싶은 상대는?

롤모델은 UFC에서 뛰고 있는 호르헤 마스비달과 디아즈 형제다. 모두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링에서 놀고 내려오니 얼마나 재미있나. 싸우고 싶은 상대는 심건오와 황인수다. 이유는 너무너무 멋져서 그렇다. 이왕 노는 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놀고 싶다.

- 어떤 모습으로 한국 격투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나?

원래 내가 사는 방식으로, 원래 내가 싸우는 방식으로 팬들에게 활기를 주고 싶다. 자연과 날것의 느낌으로.

- 주짓수, 무에타이 등 격투기 관련 이력이 궁금하다.

주짓수는 3년째 배우고 있는데, 출석률이 안 높아서 1년 조금 넘게 배운 것 같다. 블루벨트다. 무에타이는 15살 때부터 3년 정도 선수 생활했다. 헬스 트레이너도 했다. 복싱은 3개월 배웠다. 내 기술의 원천은 유튜브다. 수많은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맞게 장착했다.

- 파이터로서 본인의 강점은?

없다. 그냥 즐기는 게 전부다. 난 강하지 않다. 놀다 내려오는 건데 강하게 봐주시는 거다.

- 파이터로서의 목표는?

없다. 챔피언 욕심도 없고, 이기고 지고 생각도 안 한다. 단지 즐기고 싶어질 뿐이다. 승패를 생각하면서 싸우면 부담스럽고 재미도 없다. 그냥 싸우는 게 좋지, 목표는 없다.

- 파이트클럽 출신 중 파이터로서 추천하고 싶은 선수는?

8번 이청수를 추천한다. 나이도 어리고 프로파이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열정이 넘쳐 형으로서 잘 이끌어 주고 싶다.

- ARC 006에서 해설을 맡았다.

재미있었다. 아프리카TV 생방송처럼 떠들고 싶었는데 정문홍 회장님이 작년에 해설하다 쫓겨났다고 해서 조심 조심히 이야기했다. 멘트 조심하느라 혼났다.

- 선수로 계약하기 전 ROAD FC에 대한 느낌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한국에선 제일 크고 유능한 단체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내 놀이터가 됐으니까 좋아하려고 한다.

rainbow@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