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열띤 응원 펼쳐지는 잠실구장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하지만, 다 들린답니다.”

마이크를 쥔 두산 응원단장이 울상을 짓자 관중들은 눈웃음과 함께 응원 막대를 부딪치는 것으로 웃음 소리를 대신했다. 두산 박건우가 키움 한현희가 던진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하자 탄식이 터져나온 직후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 2차전을 앞두고 ‘정부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경기중 관중들의 육성응원 금지에 동참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육성응원 자제 권고에서 금지로 정부 지침이 변경된 데 따른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백브리핑에서 “야구장 내 입장과 취식이 가능하더라도 함성과 구호는 금지돼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 함성이나 구호를 외치면 침방울 배출이 많아지고 강해져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구단, 한국야구위원회(KBO) 등과 이 부분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조치하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야구장은 접종완료자에게 100% 개방하기로 했는데, 방역당국은 그렇더라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포토]포스트시즌 관중석 100% 입장, 기나긴 줄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앞서 관중들이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른바 ‘백신패스’를 도입해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 취식도 가능하게 한 단계적 일상복귀 지침에 응원을 금지하는 것은 전형적인 ‘바람풍’이다. 그래도 상위기구에서 ‘바람풍’이라고 주장하면 따르는 수밖에 없다. KBO는 양팀 응원단장과 함께 긴급 회의를 개최해 몇 가지 절충안을 마련했다. 홈런이나 적시타가 터져나오면 응원가를 틀지 않고, 선수 이름을 연호할 때에도 응원단이 “육성 응원을 하면 안된다”는 안내를 지속적으로 하며 박수로 대체하도록 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 초반 양팀 팬은 함성 대신 응원봉 두드리기로 소리를 대신 냈다. 물론 1회말 양석환, 2회말 호세 페르난데스의 적시타가 터졌을 때에는 1루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오기는 했다. 안타나 삼진, 더블플레이 등 양팀 관중석에서 터져나올 때 시간을 측정했더니 2초 57~4초 23 정도로 길지 않았다.

키움응원단 \'오늘부터 육성없이 응원!\'[포토]
키움 응원단이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2차전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그나마 경기 초반에는 앰프가 있어 관중 함성이 묻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오후 10시를 넘어서면, 앰프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전날 문제가 됐던 육성응원도 오후 10시 이후 터져나온 함성이었다. 역전과 동점을 주고 받는 초박빙 승부에 숨죽여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이 본능적으로 몸 밖으로 밀고나온 응원 구호를 참아내지 못한 탓이다. 이날은 경기 초반 점수차가 벌어진 측면도 있지만, 경기 시작부터 양팀 응원단장이 “함성대신 박수”를 유도해 전날만큼 웅장한 함성은 터져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관중 스스로 육성응원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등 ‘위대한 야구팬’의 성숙한 응원 의식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때로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나 브라스를 동반한 빅밴드보다 육성이 더 큰 울림을 준다. 물론 육성응원은 자제해야 하는 것이 모두의 건강을 위해 마땅하지만, 프로야구는 태어날 때부터 관중과 선수가 함께 호흡하고 응원하는 스포츠였다. 골프나 테니스의 관전하고 구경하는 문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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