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KBO리그에서 주전 한 명이 부상에서 이탈되면 온통 난리가 난다. 시즌 아웃 부상이면 팀도 끝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보나마나다. 언론이 이를 확대하고 구단, 코칭스태프, 팀원들 모두 동요한다.

1999년 이후 2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2021년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팀의 주전 3명이 이탈했음에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과 함께 월드시리즈(WS)정상까지 차지했다.

마운드의 핵 마이크 소로카 아킬레스건, 좌익수 마르셀 오수나 가정폭력, 우익수 로널드 아큐나 주니어 십자인대 부상. 1명도 아닌 3명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시즌 끝이다. 전문가를 비롯해 팬들, 심지어 선수단조차 2021시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구단의 알렉스 앤서포울로스 단장(GM)은 포기하지 않았다. 7월30일 데드라인에 맞춰 4명의 외야수를 보강해 와야라인을 새로 짰다. 운도 따라줬다. 시즌 전 우승 후보 뉴욕 메츠가 현역 최고 투수 제이콥 디그롬의 부상과 타격 부진으로 추락했다. 8월6일 승률 5할을 처음 만들면서 지구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KBO리그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유는 대형 트레이드가 안되기 때문이다. 전력의 변수가 되지 않는 자잘한 트레이드는 가능하다.

이제 KBO리그도 트레이드를 전향적으로 고려할 때가 됐다. 구단 프런트 사장, 감독, 선수, 팬들 모두 포함된다. 가을야구 없는 스타플레이어는 무의미하다. KBO리그는 유럽식 정규리그가 아니다. 플레이오프로 평가받는 곳이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KBO 역사상 베스트5에 랭크될 최고 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전 한화 이글스 김태균도 마찬가지다. 외국 무대에서 활동한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기록은 ‘0’이다.

운동선수 최고의 목표는 우승이다. 슈퍼스타는 자신의 팀을 우승에 이끄는 게 최선이다. 프랑스 리그원의 파리생제르맹 리오넬 메시는 역대 축구가 배출한 최고 선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비교될 때는 작아진다, 월드컵 우승을 이끌지 못해서다.

KBO리그의 출범은 지역 연고제다. 전체 드래프트가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이유도 지역 연고에 묶여 있어서다. 팀의 간판격인 스타플레이어 트레이드는 거의 금기다. 구단 사장도 피하지만 팬들이 구단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선수들은 프리에이전트가 도입되면서 더 이상 한 팀에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돈 많이 주는 구단으로 이적한다. 이대호 김태균이 일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이적한 것은 돈 때문이다. 팬들도 외국 이적에는 관대하다. 국내로 돌아오면 문제는 달라진다. 오로지 롯데, 한화다.

이대호가 KT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다면 리그 전체의 성공이다. 최고령으로 20-20클럽(홈런-도루)을 작성한 추신수와 이대호가 KS 무대에서 적으로 만나 자신의 팀 우승에 전력을 다할 때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면 됐지 결코 마이너스는 아니다.

야구팬들은 최고의 투수 최동원-선동열의 맞대결을 지금도 회상한다. 언론은 KBO 최고의 명승부라고 칭송한다. 둘의 대결은 몇 번 이뤄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트레이드가 자유로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선수의 자세다. 포스트시즌이 탈락하는 팀에서 활동하느니, 트레이드돼 포스트시즌 무대, 나아가 WS에서 뛰고 싶어하기에 가능하다. 팬들도 뿌리를 떠나 지역 팀에 우승을 이끄는 선수를 환영할 뿐이다. 현역 마무리는 고향 팀이 된다.

전향적인 트레이드는 KBO리그를 훨씬 살 찌운다. 순혈주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가을야구에서 스타플레이어들의 경연장이 돼야 이야깃거리도 많다.

moonsy1028@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