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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수들이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도열해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이쯤 되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섬세한 설계로 봐야 한다. 구단 살림을 총괄하는 단장과 현장 수장인 감독 공석이 3주째 이어지고 있는 KIA 얘기다.

KIA는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위치다. 실패로 결론난 팀 체질개선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지만, 점진적 세대교체를 이뤄내려면 선수단 동요 없이 안정적인 시즌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단장은 외부 인사로, 감독은 내부 인사로 선임하는 그림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신임 단장, 감독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구단측은 “철통보안 속 진행 중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구단 핵심 관계자들도 단장과 감독 선임 과정을 모른다는 뉘앙스다. 극히 소수 인사만 내용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차일피일 시간이 흐르면서 역설적으로 후보군이 압축되는 모양새다.

[포토]선수단의 훈련 바라보는 KIA 조계현 단장과 이화원 대표
KIA 조계현 단장(왼쪽)과 이화원 대표가 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0 KBO리그 KIA와 한화의 경기에 앞서 훈련 중인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 1일 내정된 최준영 신임대표이사는 알려졌다시피 기아 그룹 경영을 같이해야 한다. 연평균 300억원 이상 소비하는 계열사인 야구단에 ‘올인’할 수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구단 안팎에서는 경영과 운영을 분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룹 인사가 구단 경영을 총괄하고, 단장이 운영을 맡는 메이저리그식 경영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는 얘기다. 단장의 권한이 구단 운영쪽에 한정된다는 의미다.

이는 야구인 출신 단장 부임 가능성을 높인다. 안타깝게도 기업 경영과 시장 흐름, 야구단 특성 등을 꿰뚫고 있는 야구인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들 가운데 단장 경험이 있거나, 선수단 구성을 총괄해본 경험이 있는 인사는 더 제한된다. 지연, 학연 등이 좌우하는 구단 수뇌부 인사 관례를 고려하면, 그 범위는 또 축소된다. 해당 인사는 건강상의 이유와 아직 해야 할 공부가 남았다는 이유로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설득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야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성공적인 구단 운영경험이 있으며, 메이저리그식 문화를 한국 실정에 맞게 응용해 도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몇 안되는 야구인으로 꼽히기 때문에 체질개선이라는 KIA의 숙원을 해결할 적임자로 손색없다. 프랜차이즈 특성을 잘알고 있는 점도 해당 인사가 유력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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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종국 수석코치가 1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마무리캠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감독 역시 비슷한 색깔을 갖고 있다. 지략과 결단력을 동시에 가진데다 신뢰받는 지도라는 점에서 차기 감독으로 적합하다는 구단 안팎의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선수단과 소통능력도 좋고, 다른 코치들과도 격의없이 지내는 등 조용하지만 내실있는 지도자로 신임받고 있다. 작전, 주루 등 KIA에 부족한 부분을 내밀하게 들여다봤고,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으로 세계야구 흐름도 잘 파악하고 있다.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하고 있다는 점도 차기 사령탑으로 팀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해당 감독 역시 프랜차이즈 특성을 잘 알고 있고, 구단주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사라 그룹 입장에서도 눈에 띄는 결격사유가 없다.

단장과 감독 선임은 늦어도 25일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리즈(KS) 종료 후 닷새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선수 공시가 이뤄지고 이틀 이내 승인 신청을 해야한다. 승인신청 마감 다음 날 FA가 공시되면, 그다음 날부터 협상 시작이다. 올해 KS는 지난 18일 끝났고, 23일 자격선수 공시, 25일 승인신청 마감, 26일 공시, 27일 협상 재개다. 이른바 ‘프런트의 시간’이 사실상 26일부터라고 보면, 이때까지는 단장 감독 선임이 완료돼야 다음시즌 선수 구성에 돌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고에 돌입한 KIA의 결정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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