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3215907533
KIA 양현종이 지난해 6월 개인통산 140승을 따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5년 전과는 정반대 입장이다. 일찌감치 복귀를 선언했고 ‘영구결번’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대투수’ 양현종(33)의 타이거즈 복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이다. 건강하다면 풀타임 선발에 평균 170이닝 이상 던질 수 있는 투수다. 선발난에 허덕이는 팀이 군침을 삼킬 매력적인 카드이지만, 양현종은 “KBO리그로 돌아간다면 KIA 이외의 팀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타이거즈 팬들에게 받은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는 것만 생각한다”며 사실상 타구단 이적을 거부했다. KIA도 꾸준히 양현종 측과 접촉하며 진정성 있게 다가갔다. 기본 조건에는 거의 합의했고, 옵션 등 세부 항목 조율도 상당부분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장금액에 대한 이견으로 좀처럼 평행선을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20201029204130392
KIA 양현종이 지난해 정규시즌 최종전 등판 후 팬들에게 잠시 이별을 고하며 인사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첫 번째 FA자격을 얻었던 2017년에는 미국 진출(포스팅) 탓에 계약이 늦어졌다. 당시 KIA는 최형우를 영입하느라 100억원을 투자한데다 나지완에게도 40억원을 안겨준 탓에 해외진출 꿈을 보류한 양현종에게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1년 22억 5000만원에 도장을 찍은 양현종은 이후 4년간 1년 단위 계약으로 FA 계약을 채웠다. 꿈을 향한 자신의 도전에 책임을 지는 모양새라 ‘바보 계약’이라는 팬들의 아쉬움 섞인 푸념도 스스로 감당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지난해 연맬, 양현종은 다시 메이저리그행을 선택했고 짧았지만 빅리그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타이거즈 복귀’를 선언했으니, 5년 전과 입장이 뒤바뀐 상황이 됐다. KIA가 ‘양현종 예우’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배경에는 당시 미안함과 아쉬움이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

KIA 장정석 단장은 14일 양현종측과 세부 조율을 위한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KIA 투수 양현종’이라는 상징성을 시장가치로 어떻게 환산하느냐가 핵심이다. 올해 미국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만 놓고보면, 냉정하게 말해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의 기량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빅리그 12경기에서 35.1이닝 22자책점으로 승리없이 3패 ERA 5.60으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10차례 마운드에 올라 45이닝을 던졌고 홈런 10개를 허용하는 등 3패 ERA 5.60으로 부진했다. 미국에서만 22경기에서 80.1이닝을 던지는데 그쳤고, 6패 ERA 5.60을 기록해 기량을 회복할지 의문부호가 따를 수밖에 없다.

20201018152028473
KIA에 양현종이 갖는 상징성은 시장가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제공=KIA 타이거즈

그러나 계약이 늦게 이뤄진데다 준비기간이 짧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재기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익숙한 환경에서 마음편히 자신의 루틴대로 훈련하면 연평균 170이닝 이상 15승은 기대할 수 있다. 개인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젊은 투수들을 이끌 리더라는 부분도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양현종이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후배 투수들은 지속적으로 양현종에게 조언을 구하고, 응원을 보내는 등 끈끈함을 유지했다.

양측은 14일 만남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보장액에서 접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양현종 측은 “선수 입장에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보장액을 바라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며 냉각기를 가질 뉘앙스를 내비쳤다. 장 단장은 “이번주 내라도 접점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며 조기 타결 희망을 놓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