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35)와 한국시리즈(KS) 챔피언 KT 위즈의 프리에전트(FA) 계약이 큰 화제를 일으겼다.

스포츠 뉴스 비중이 미미한 공중파 방송사에서도 박병호의 이적을 다룰 정도였으니까. 스타 플레이어 박병호의 이적보다 키움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하는 태도에 팬들이 분노하고 트럭까지 몰고와 항의 시위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손편지로 키움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실 키움은 박병호로부터 빼먹을 것은 다 빼먹었다. 포스팅으로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로 떠날 때도 큰 돈을 챙긴 게 키움 구단이다. 팬들의 항의도 이해할 만하다.

박병호는 홈런 타자다. 통산 327개의 홈런으로 KBO리그 역대 6위에 랭크돼 있다. 2016, 2017년 두 시즌 동안 미국 활동이 없었다면 현역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 SSG 최정(403개)을 뛰어 넘을 수도 있었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2년 연속 50개 이상을 때렸고, 돌아온 뒤에도 2018년 43개를 기록했다.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렸고, 부진에도 홈런 20개를 쳤다.

홈런 타자는 해결사다. 팀의 우승과 직결돼 있는 타자다. 그러나 슬러거이면서도 KS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불운의 타자들이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박병호다. 물론 박병호는 KS무대를 두 차례 밟았다. 우승반지는 없다.

결국 우승 반지를 위해 전력이 안정돼 있는 챔피언팀 KT를 선택했다고 봐야한다. 현명한 선택이다. KT도 우승에 도취하지 않고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에서 올바른 결정이다.

운동선수 최고의 목표는 우승이다. 돈이 아니다. 100억 원을 받나, 80억 원을 챙기나 거부나 구단주가 되지 않는 이상 훗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추억을 되새기고 남는 것은 우승 반지뿐이다. 팬들은 승리자를 기억한다.

KBO리그 홈런 부문 역대 10위권 가운데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한 슬러거는 딱 2명이다. 351개로 양준혁과 공동 3위에 랭크돼 있는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와 공동 6위 박병호뿐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현역이다. 이대호는 KS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2022시즌 40세가 돼 ‘홈런=노 우승’의 진기록을 남길 가능성도 있다.

역대 최다 홈런 1위(626) 삼성 이승엽, SSG 최정(403), 삼성 양준혁(351), 빙그레 장종훈(340), 현대 심정수(328), SK 박경완(314), 빙그레 송지만(311), 해태 이호준(309) 등은 모두 KS우승 경험을 맛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우승반지가 없는 불운의 슬러거들이 있다. MLB 홈런 1위(762) 배리 본즈가 대표적이다. 월드시리즈도 2002년 딱 한 차례다. MLB 사상 역대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보스턴 레드삭스 테드 윌리엄스도 반지가 없다. 윌리엄스는 2차 세계대전 복무 등 3년의 공백에도 홈런 521개를 작성했다.

홈런 부분 10위권내 슬러거로는 명예의 전당에 가입된 켄 그리피 주니어(630, 7위), 짐 토미(612, 8위), 새미 소사(609, 9위) 등이 있다. 그리피 주니어는 롯데의 이대호처럼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가보지 못했다.

3년 계약을 맺은 박병호가 KS우승반지를 끼고 은퇴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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