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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이 챔피언 벨트에 입맞춤을 하며 기쁨을 표출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내가 대한민국 웰터급 넘버원이다!”

김한슬(31·코리안좀비MMA)이 이렇게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아레나에서 더블지FC 11이 열렸다. 메인이벤트는 김한슬과 고석현(28·팀스턴건)의 더블지FC·AFC 웰터급 통합타이틀전이었다. 김한슬은 더블지FC 챔피언으로서, 고석현은 AFC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였다. 김한슬은 UFC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랭크 카마초와 사토 타케노리를 꺾는 등 한국 중량급을 대표하는 선수다.

지난해 5월에 열린 AFC 16에서 안재영을 꺾고 챔피언에 오른 고석현은 6연승을 달리며 UFC 입성을 목전에 두는 등 차세대를 대표하는 스타다. 지난해 더블지FC는 다섯 차례, AFC는 네 차례 넘버링 대회를 열며 한국 격투기를 견인했다. 이번 대결은 두 단체에서 가장 ‘핫’한 선수들이 맞붙는 것이어서 대회장은 팬들의 응원으로 가득했다.

애초 전문가들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고석현의 우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1라운드 종이 울리자 고석현은 인파이팅으로 김한슬을 압박했다. 하지만 16전(12승4패)의 전적이 말해주듯 김한슬은 거리를 유지하며 여유롭게 경기를 진행했다. 1분이 지날 즈음 고석현이 김한슬의 아래쪽을 파고들며 커다란 주먹을 휘두르다 틈을 보였다.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고석현은 자기 주먹을 너무 믿은 나머지 커다랗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되레 김한슬의 역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고석현(177cm)보다 10cm나 큰 김한슬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형국에서 강력한 원투 스트레이트를 뻗었고 고석현은 그대로 주저앉으며 경기는 끝났다. 1라운드 1분 17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한슬은 “코로나로 2년 동안 공백이 생겨 정신적으로 무너졌었다. 다시 모든 걸 돌려놓겠다. 내가 대한민국 넘버원”이라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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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이 고석현을 꺾은 후 세컨드를 향해 기쁨을 표출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통합 챔피언이 된 소감은.

뭐라 표현할 말이 딱히 없을 정도다. 그냥 기쁨 그 자체다. (웃음) 예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성실함과 거리가 멀었다. 노는 것도 좋아했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운동에만 전념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운동한 적, 살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성취감이 배로 느껴진다.

- 승리 후 오랫동안 정찬성 감독과 포옹해 눈길을 끌었다.

정찬성 관장의 찰진 교육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놨다. (웃음) (정)찬성이 형이 시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나를 조련하느라 엄청나게 고생하셨다. 정말 감사할 뿐이다.

- 어떤 전략으로 임했는지 궁금하다.

고석현은 웰라운드형 파이터다. 타격과 레슬링이 모두 능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타격, 레슬링, 그라운드, 체력 등 모든 부분을 준비했다. 레슬링과 그라운드를 방어하면서 타격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었다.

- 경기를 끝낸 상황은.

어느 정도 고석현이 압박을 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강했다. 하지만 텐션을 오래 유지하긴 힘들 거로 생각했다. 고석현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을 노렸는데 마지막 합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각도가 나왔다. 고석현은 나이도 젊은데다 재능도 있어 장래가 밝은 선수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해서 이번 시합에서 완급조절에 실패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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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이 김한슬을 끌어안고 승리를 축하해주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격투기의 매력은.

‘링은 인생의 축소판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릴 땐 전혀 와 닿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동감한다. (웃음) 정말 케이지 안에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슬픔과 기쁨 그리고 좌절과 극복 등 우리 인생이랑 똑같다. 미치도록 몰두도 해보고, 실패도 겪어보고, 다시 딛고 일어나고, 그러면서 성취하는 것이 격투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 팬들이 보여준 반응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DM으로 여자 친구가 있냐고 물어보신 분들이 몇몇 계시다. 정말 고마웠다. 3년째 솔로다. (웃음)

- 파이터로서의 강점과 특기는.

피지컬은 정말 자신 있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시합 때 긴장을 안 하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긴장감과 부담감 때문에 시합을 망치는 선수들을 많이 봤는데, 나는 생각이 좀 없어서 그런지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웃음)

- 훈련스케줄은.

오전엔 러닝을 주로 한다. 오후에는 팀훈련을 한다. 팀훈련은 타격, 레슬링, 주짓수를 돌아가면서 한다. 스케줄은 정찬성 관장이 짜준다. 저녁에는 컨디셔닝과 주짓수를 하며 훈련을 마무리한다.

- 롤모델은.

원래 코너 맥그리거였는데 폭행 사건을 일으키는 등 정이 떨어져서 싫어졌다. 가장 존경하는 남자인 정찬성 관장이 롤모델이다.

- 챔피언으로서 1차 방어전의 상대를 예측하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20살의 신예 박정민이 있다. 한두 경기 임팩트있게 경기를 잡아내면 박정민과 붙을 것 같다. 선배가 된 만큼 어린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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