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신사와 아가씨’ 출처 | KBS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이일화와 이종원은 어쩌다 시청자의 공분을 한 몸에 받는 악역이 되어버렸을까.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2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가 극 후반부로 접어들며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지리한 전개와 막장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하는 주말극의 특성상 극의 재미를 위한 극적 반전 등의 장치는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극중 캐릭터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거나 시대착오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최근 방송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빌런’이 되어버린 주인공 박단단(이세희 분)의 친부모 애나킴(이일화 분)과 박수철(이종원 분)이다.

KBS2‘신사와 아가씨’ 출처 | KBS

극중 박수철은 젖먹이 단단을 떼어놓고 아내 김지영(애나킴의 본명)이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자 홀로 아이를 키우며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가장이었다. 사랑 없이 결혼했지만 아내 차연실(오현경 분)을 아꼈고, 의붓아들 박대범(안우연 분) 장모(김영옥 분) 처남(강은탁 분)에 처조카 강미림(김이경 분)까지 거두는 사람이다.

애나킴은 어떨까.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식을 버리는 비정한 선택을 했지만,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일로 큰 성공을 한 뒤에도 오랫동안 보육원을 찾으며 버려진 아이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친동생 같은 이영국(지현우 분)에게도 좋은 누나이자 가족이었다.

식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고, 그저 그렇게 자신의 인생이 시시하게 끝나는걸 견딜 수 없어 뛰쳐나왔지만, 젊은 날의 그 선택을 뼈아프게 후회하며 살았다.

하지만 극 중반을 넘어서며 애나킴은 이중인격이 아닌가 싶은 만큼 돌변해 시청자들을 아연하게 하고 있다. 성형수술로 자신을 못 알아보는 남편 수철과 단단을 물심양면 돕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었다.

KBS2‘신사와 아가씨’ 출처 | KBS

하지만 애나킴은 박수철과 하룻밤 불륜을 벌이는가 하면 미국으로 두 부녀를 데려가 다시 가정을 꾸리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수철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된 뒤에도 끝없이 집착하며, 단단과 영국의 교제를 반대하고 수철에게 둘을 갈라놓으라며 종용한다.

수철 또한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아내를 두고 애나킴에게 연심을 품었고 미국까지 가겠다고 결심하며 변심했고, 애나킴의 정체를 알고난 뒤에는 폭행과 폭언으로 돌변한 모습을 보여줬다.

젊은 날 서로만 바라보며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했던 기억을 갖고있으면서도 정작 단단이 영국과 교제를 밝히자 “헤어진다고 말하기 전에는 나올 생각말라”며 집안에 가두는가 하면 영국에게 “어린 애 데리고 뭐하는 짓이냐”며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박수철과 애나킴이 유난히 이영국과 박단단의 사랑을 ‘재벌회장과 어린 여자의 흔한 사랑놀음’으로 폄하하는 합리적인 이유도 불분명하다. 두 사람은 이영국의 사람 됨됨이와 박단단의 인간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아끼는, 가장 가까운 존재로 그려졌기 때문.

애초에 자기 밖에 모르는 속물적 캐릭터로 그려진 왕대란(차화연 분)이나 이기자(이휘향 분), 조사라(박하나 분) 등과는 결이 달랐던 인물의 인격 돌변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더 짜증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사와 아가씨’ 게시판에는 꼬아도 너무 꼬는 스토리 전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시청자들은 “불륜막장은 아니지만, 그냥 막장!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네. 채널 자꾸 돌리게 되는 지겨움이” “버릴 때는 언제고 무슨 엄마 행세며 딸이 제일 행복하길 바란다는 아빠는 무슨 미국행이고... 왜 매회차마다 고구마 전개를 하시는지” “미성년자도 아니고 27살 성인을 부모가 반대하고, 망나니 애셋 딸린 아빠도 아니고 그룹 회장을 반대하고... 왜 딸 인생을 아빠 엄마가 결정지으려 하는지 짜증나서 못 보겠다”라는 반응이었다.

한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중계로 방송시간이 1시간 앞당겨진 6일 방송에서 ‘신사와 아가씨’는 전국 평균시청률 29.6%를 기록했다.

gag11@sportsseoul.com